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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제재에 원유 생산량 `반토막`…유가 불붙이는 베네수엘라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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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베네수엘라의 정치 불안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유가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미국 제재로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유가 급등 원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제재에 더해 국내 정치 불안까지 가세하면서 베네수엘라가 시계제로 상태에 빠져들고 있어 유가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자국의 대선 직후 취해진 미국의 추가 금융제재에 반발한다는 뜻으로 자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2명을 추방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금융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한 반인륜적 범죄"라며 "토드 로빈슨 미국 대사 직무대행과 선임 외교관인 브라이언 나랑호는 48시간 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도 이날 성명에서 "미국의 봉쇄는 베네수엘라인이 기초 생활필수품에 접근할 기회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선을 '엉터리 선거'라고 규정하고, 베네수엘라 정부나 국유기업 페데베사(PDVSA)가 발행한 모든 채권을 미국 국민이 사들이는 것을 금지하는 제재를 실행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단행한 이번 제재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직접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원유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베네수엘라 산유량은 지난해부터 이미 급감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정정 불안이 해소되지 않자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베네수엘라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187만배럴에 달했으나 지난 4월에는 하루 평균 136만4000배럴로 감소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27%가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사태로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하루 평균 100만배럴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이란에 대한 제재가 이뤄졌을 때보다 국제 유가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의 크리스티안 말렉 원유 애널리스트는 "더 큰 위험은 이란이 아니라 베네수엘라에 있다"며 "이란은 터키, 인도와 같은 국가에 원유 수출량을 늘려 미국 제재로 인한 여파를 상쇄할 능력이 되지만 베네수엘라는 그럴 여건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인 카스텐 휠러도 "원래는 산유량이 줄어들었다가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미국 제재라는 요소가 더해져 이는 더 이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며 "더 빠르고 강한 속도로 산유량 감소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는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더해져 장중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또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전일 대비 0.4% 상승한 79.59달러를 기록했다.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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