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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건축과도시-트윈트리타워] 전통·현대의 완전한 대비...경복궁 앞에 뿌리 내린 '쌍둥이 고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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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살린 새로운 랜드마크

故 김수근이 설계한 옛건물 역사성까지 고려

땅모양 따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곡면 선택

혁신적 커튼월 디테일

레이어별로 굴곡줘 3차원 곡면 만들어

돌출된 수평띠들로 표피에 역동성 강화

첨단 포스트텐션 구조 적용

고도제한으로 15층 이상 짓기 힘들지만

25cm 두께 무량판으로 17층까지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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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근정전에서 뒤를 돌아 왼쪽을 보면 행각 기와지붕 너머로 주름진 건축물 두 동이 눈에 띈다. 경복궁의 강한 상징성에 배경 정도로 전락할 법하건만 이 건물은 맞서 자기 색깔을 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존재감이 더 커진다. 유리로 물결치는 투명한 건물은 수평띠의 밀도가 높아지며 그야말로 무게감 있는 덩어리가 된다. 3차원 곡면인 외형은 울퉁불퉁하게 홈이 파인 고목의 밑동을 닮았다. 형태 그대로 건물 이름이 ‘트윈트리타워’다. 지난 2010년 이후 이 생경한 건물은 경복궁과 묘한 공존 중이다. 대비를 통해 존재감이 선명해질수록 일대에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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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랜드마크와 흔적 살리기=트윈트리타워가 들어선 이곳은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한국일보 사옥 자리였다. 1968년 이래 중학동의 랜드마크였던 묵직한 사각형 빌딩은 중학동 재개발을 통해 헐리게 됐다. 경복궁 앞이라는 장소의 특수성에 더해 이전 건물의 역사성까지, 트윈트리 프로젝트는 도시의 맥락을 고려한 계획이 중요했다.

트윈트리타워 설계를 맡은 조병수 조병수건축연구소 소장은 ‘화천 이외수의 집’ ‘수곡리 ㅁ자 집’ 등이 대표작으로 대지의 흔적을 중요시하는 건축가다. 지구단위계획과 인허가까지 다 끝나고 뒤늦게 설계를 맡게 된 조 소장도 이전 건물을 없앤 데 대한 아쉬움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 그가 이 터에서 새로운 랜드마크를 짓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최대한 땅을 살피고 주변 흔적을 살리는 일이었다.

건물의 형태는 순전히 땅의 모양을 따랐다. 대지경계가 경복궁사거리를 향해서는 완만한 곡면이었으나 주한일본대사관 부지를 끼고 안쪽은 애매한 예각이었다. 이 예각이 보이지 않도록 부드러운 건물 형태를 만들기 위해 날카로운 직선보다는 순응하는 곡면을 선택했다.

다음은 궁궐 밖 홀로 선 동십자각에 주목했다. 뒤쪽 피맛길 등 골목에서 동십자각이 보이도록 두 동의 각도를 맞췄다. 또한 한국 성곽을 참고해 건물의 옆면을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선으로 처리했다.

동십자각을 향하는 정면에는 입구를 작게 두고 주출입구는 뒤편에 뒀다. 대신 건물 사이 샛길에 공개공지로 통하게 만들었다. 또한 한쪽 건물 지하를 더 파서 대로변을 따라 땅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유기적인 내·외부 유입 동선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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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면서도 묵직하게···혁신적 커튼월 디테일=3차원 곡면 디자인의 가장 큰 맹점은 단순화 작업이다. 얼마나 휘느냐 형태의 합리성은 물론이고 모두 다른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 시공상 경제적인 제약도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처럼 4만5,000여개 이상의 모두 다른 패널을 제작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트윈트리타워는 각 층을 6개의 레이어로 나눠 2차 곡면으로 배열한 뒤 레이어별로 굴곡을 줘 3차원 곡면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따로 제작해야 하는 곡면 유리를 5가지 종류로 줄였다. 전체 유리 중 15%만 곡면유리고 나머지 85%는 평면유리인데도 외관상으론 매우 강하게 물결치게 보인다.

표피에 역동성을 강화한 것은 수평띠였다. 돌출된 수평띠들이 곡선을 강조하고 금속의 질감은 거리에 따라 건물의 무게감을 달리 느끼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입면 디자인 요소였다.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인 오브아럽도 어렵다고 한 수평띠 단열을 국내의 한 시공기술업체가 해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레이저 커팅한 수평재와 수직재를 현장에서 조립해가면서 사이사이에 단열재를 끼워 구현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통유리 건물임에도 짙고 탁한 알루미늄 프레임들이 굴곡에 따라 중첩해 건물에 양감을 줬다. 돌출띠들이 건물을 올려다보는 지점에 따라 덩어리감을 달리하는 독특한 시각 효과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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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무량판으로 17층까지···포스트텐션 구조 적용=당초 이 자리는 경복궁이라는 문화재 앞이라 68m 고도제한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건물은 15층까지밖에 짓지 못했다. 하지만 25cm 두께 슬래브를 10m 이상 보가 없이 지지할 수 있는 포스트텐션(post-tension)을 도입해 최고 17층까지 높였다. 포스트텐션 공법이란 슬래브 타설을 할 때 가운데가 약간 처지도록 호스를 넣어 만든 뒤 호스를 따라 와이어를 집어넣어 바닥을 고정하는 구조다. 와이어를 모터를 이용해 강력하게 당기면 볼록한 모양을 따라 바닥 중심부는 조금 들어 올려 하중을 버틴다. 더구나 외피가 들쭉날쭉한 비정형이다 보니 일반적인 보를 연결하는 것보다 포스트텐션이 효율적이었다. 덕분에 층고 3.66m, 천장고는 2.6m까지 확보했다. 결국 트윈트리타워가 당시 포스트텐션 구조 공법을 제대로 적용한 가장 큰 규모의 건물이었다. 또한 용적률이 커야 하는 오피스 건물 특성상 경제성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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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새로움, 전통과 현대의 완전한 대비=새로움에는 언제나 낯섦이 따른다. 트윈트리타워는 분명 최신 공법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고층 빌딩이다. “궁궐과 안 어울린다”와 “새롭고 멋지다”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하지만 완공 후 8년이 지난 지금 완전히 구현된 생경한 트윈트리타워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게 한다. 땅의 흔적을 흡수하려고 했던 노력과 동십자각 샛길 등 공공성에 대한 고민이 익숙해지는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물론 답습하지 않는 형태의 완성도도 랜드마크의 조건이다. 조 소장은 전통과 현대의 논쟁에 대해 보스턴의 존핸콕타워와 트리니티 교회를 빌어 설명했다. “아이엠페이(I.M.Pei)의 존 핸콕타워도 처음에 반대도 많았지만 지금 보스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엽서가 존핸콕타워 유리에 비친 트리니티 교회의 일렁이는 모습”이라며 “논쟁은 언제나 있었지만 새로운 것은 새로운 대로 대비를 줄 때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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