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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로힝야 무장단체, ‘종교’ 이유로 힌두교도 최소 99명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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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제앰네스티 보고서 발표

지난해 8월 마웅다우 마을 집단 학살

이슬람으로 개종한 8명만 살아남아

로힝야족 인종청소 시작 시점과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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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에 응한 힌두교도 마을 생존자 빈나 발라(22). 국제앰네스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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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또다른 증오를 낳는 것일까. 미얀마 정부로부터 수십년간 모진 탄압을 당해온 소수민족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그들보다 더 소수자인 힌두교도들을 집단 학살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학살이 지난해 8월 말 시작된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에 대한 끔찍한 공격의 도화선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앰네스티는 22일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8월25일 로힝야족 무장세력 ‘아르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하 아르사)이 미얀마 북부 아르칸주 마웅다우 북부의 힌두교도 마을 두 곳을 습격해 최소 99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라카인주와 방글라데시에 거주하는 생존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이런 결론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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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라카인주에서 활동하는 로힝야 무장단체 아르칸 로힝야 구세군의 모습. 국제앰네스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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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은 검은 옷을 입은 무장세력과 근처 마을에 살던 로힝야족이 힌두교도 주민들을 붙잡아 묶고 눈을 가린 뒤 끌고갔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무장세력이 주민들을 남성, 여성, 아이로 분리한 뒤 53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4명은 8살 이하다.

살해의 이유는 종교였다. 학살에서 살아남은 빈나 발라(22)는 “남자들은 칼과 긴 쇠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너희와 라카인(미얀마인)은 같다. 너희는 (우리와)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 여기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를 때리고 돈과 금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이슬람으로의 개종에 동의한 여성 8명과 그들의 아이들은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불교도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을 1824년 미얀마-영국 전쟁 이후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무슬림으로 본다. 1962년 소수민족 토착화를 추진한 네윈 군사정부가 박해를 시작했고, 82년에는 시민권까지 박탈했다. 이렇게 모진 탄압을 당해온 로힝야들이 자신들보다 더 소수인 힌두교도들에게 증오를 발산한 셈이다.

힌두교도들이 학살당한 날은 아르사를 중심으로 한 로힝야 무장세력이 라카인주의 30여개 경찰서를 습격한 날과 겹친다. 이후 미얀마군과 경찰은 로힝야족을 상대로 끔찍한 진압에 나서 수많은 이들을 학살했다. 한 예로 미얀마군은 지난해 8월30일 로힝야족 집단 거주지인 툴라톨리 마을을 습격해 1000명 안팎의 주민들을 살해하고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주검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 집단 박해에 70만명 넘는 로힝야족이 이웃 방글라데시 등으로 몸을 피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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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힌두교도들이 국제앰네스티에 제공한 희생자 명단. 출처: 국제앰네스티 누리집


이번 조사를 담당한 티라나 하산 앰네스티 위기대응국장은 “아르사의 끔찍한 공격 이후 미얀마군은 로힝야에 대한 인종청소를 했다. 이 두 행위 모두 비난받아야 한다. 한쪽의 폭력과 인권 침해가 다른 쪽의 공격을 절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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