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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트럼프 모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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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체제 안전 보장"…문재인‧김정은 '핫라인' 관건

22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동안 경색됐던 남북 관계와 북미 협상이 다시금 본궤도에 오를지 주목된다.

남북관계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맥스선더'가 종료되는 25일을 전후해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맥스선더 훈련이 끝나는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해 남북 간 대화 재개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동향을 등을 분석한 판단이라는 설명이지만,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만큼 남북간 물밑 교감을 통해 조율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북한은 지난 16일 '맥스선더' 훈련을 문제 삼아 돌연 고위급 회담 연기를 통보했으며, 이에 한미 군당국은 미 전략폭격기 B-52를 훈련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등 진화 조치를 취했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논의할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재개되면 6.15 남북 공동행사 등 시급한 남북 관계 현안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북한이 23~25일로 예정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한국 언론의 참가 신청을 결국 접수한 대목도 긍정적 시그널로 보인다.

각국 기자단이 일차 집결지인 원산에서 풍계리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할 때, 23일에 폐쇄 행사를 진행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그러나 한국 언론을 포함한 5개국 언론이 참여한 가운데 핵실험장 폐쇄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남북 간 신경전을 풀고 북미 정상회담을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선(先)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남북 대화 재개를 지렛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도 정상적인 개최로 가닥을 잡았다.

미국 내에서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이 흘러나오는 등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미 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함으로써 급한 불은 껐다는 평가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회담에 앞선 모두발언을 통해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괜찮다"며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며 대체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으나,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한층 누그러진 결과가 나옴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로 판을 깨려는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회담 개최가 무산되거나 연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를 최대의 치적으로 삼고자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2차 회담을 가진 뒤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며 '중국 배후론'을 지적한 것도 난기류에 휘말린 북미 협상의 주도권을 쥐어나가려는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북미 양자간 담판 양상으로 전개되던 분위기가 중국의 개입력이 확대되는 쪽으로 뒤바뀌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이에 대한 견제구를 던진 셈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요구한 "특정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길 원한다고 밝힌 것이며 이는 바뀌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원칙으로 천명하며 북한 비핵화 방식은 "일괄타결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대목과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한꺼번에 '빅딜'로 타결되는 방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단기간에 일괄타결 방식으로 북한 비핵화의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일각에선 6개월 내에 북한 핵무기를 외부로 반출하는 가시적 성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화한 이 해법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하는 일방적 선 비핵화 방식인 '리비아 모델'과는 거리가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일괄타결 요구에서 물러나 단계적 해결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풀이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괄타결을 강조하면서도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하며 이같이 풀이했다. 비핵화 단계마다 보상을 교환하는 '단계적,동시적 방식'과 타협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핵무기 고도화가 이뤄진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와 보상 체계를 큰 틀에서 맞바꾸는 '빅딜'에 합의하고 이행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구상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 처음부터 이야기 한 것"이라고 확언하며 북한에 협상 동기와 명분을 제공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성공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은 안전할 것이고 행복할 것이며 북한은 부유해질 것"이라고 경제적 지원 의사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 발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북미 관계의 본질적 변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 수교까지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함으로써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설 뜻을 피력한 것이다.

이 같은 한미 정상의 메시지를 북한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20일 앞으로 다가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핫라인' 가동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의 귀국 직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질 경우 남북 대화 재개와 북미 정상회담을 공식화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 : 임경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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