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트럼프, 왜 회담 연기 말했나…1박4일 韓美정상회담 분석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회담 무산되면 北 손해…김정은 위원장에 메시지 던져

비핵화 따른 체제안전과 번영 약속…남북미 종전선언 방안도 논의

워싱턴=CBS노컷뉴스 장규석 특파원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 회담이 안 열려도 괜찮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앞에 두고 대뜸 폭탄 발언을 던졌다.

22일(현지시간) 정오, 백악관 오벌룸(대통령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마주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 직전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담의) 큰 주제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회담이 열리면 그건 북한에 대단한 일이 될 것이고, 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는 "6월 12일에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회담이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도 있다"고까지 얘기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 정상이 긴밀한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왜 회담의 근간을 뒤흔드는 폭탄 발언을 내놨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모두발언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회담이 안 돼도 괜찮다 그러나 회담이 무산되면 김 위원장은 북한을 번영시킬 큰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회담 무산 가능성 위협에 대한 답이었다.

◇ 기자회견으로 변한 40여분간의 모두발언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의 모두발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일반적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언론에 공개되는 모두발언은 양 정상의 짤막한 발언 직후 기자들의 질문 한두개에 대답하고 마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날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을 앞에 두고 약 40여분 간 문답을 진행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에 배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가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작정하고 발언을 쏟아냈다.

회담의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양 정상은 약속이나 한 듯이 감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빨간색과 남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매고 회견장에 나타났다.

여러 차례 전화통화도 하고 양국을 오가며 정상회담도 했던 터라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고, 서로 덕담도 오가는 그런 회담이었다.

문 대통령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고 추켜세웠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능력있는 문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이라 행운"이라고 서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 "북한 중국 만나고 변했다"…회담 연기론도 시사

그러나 최근 북한이 보여준 태도변화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온도차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비밀리에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뒤 태도가 바뀌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 주석과 2차 회담을 가졌을 때 북한의 태도가 약간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있고 그 조건이 맞지 않으면 우리는 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조건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지만 회담이 6월 12일에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동안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회담 연기론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실패했다고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라고 미리 비관하면 역사의 발전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제대로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해 미국 현지 언론들은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초점을 맞춰 일제히 보도를 내놨다. 이는 미국 조야에서 북미 회담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반증한다.

◇ 6.12 회담 차질없는 개최 합의, 북한 안전보장과 번영 약속도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독회담 직전에는 다소 온도차가 감지됐지만,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20여분간 배석자 없이 비공개 단독회담을 했고, 이어서 업무 오찬을 겸해서 1시간 정도 확대 정상회담이 이어졌다.

그리고 공개된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는 양국이 모두 6.12 북미 정상회담의 차질없는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데 양 정상이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안전 보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김 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그 부분을 말해왔다"며 "그는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며 그의 나라는 부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또한 한국과 같은 민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북한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고 경제발전에 나설 경우 한국과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북한의 비핵화 방식에 대해서도 "일괄타결이 되는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정확히 그렇게 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는 물리적 요인이 있다"며, 일괄타결식 비핵화 방식에 대한 압박을 다소 완화할 여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에 비핵화 이후 번영의 길을 제시하는 동시에 "회담이 열리지 않아도 나는 괜찮다"는 입장을 전달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 이득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남북미 공동 종전선언 방안도 논의…일정부분 성과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넘어 이후 남북미가 공동으로 종전 선언을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부정적이지는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전날 미국으로 오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반드시 성사가 돼야겠고, 그 다음에 거기서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며 회담의 목표를 밝힌 바 있다.

6.12 회담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양 정상이 합의했고, 또 비핵화 해법과 이에 대한 북한 체제보장 방안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부분 자신의 구상을 밝히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정상 간에 종전 선언에 대한 아이디어 교환이 시작됐다는 점도 1박 4일짜리 강행군을 펼친 끝에 얻은 귀중한 성과다.

이제 6.12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앞두고,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회담 회의론이 얼마나 불식될지, 또 북한과 벌이는 회담 주도권 싸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