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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盧 서거 9주기 봉하마을 르포]“잊고 있다가도 여기오면 눈물이 쏟아져요”…김해는 ‘노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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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일 하루전, 공휴일 맞은 봉하마을 풍경

-시민들 서울, 평창, 부산 등지서 찾아와


[헤럴드경제(김해)=김성우 기자]마을 입구에서 천원에 판매하는 국화꽃이 시민들 손에 한 송이씩 들려 있었다. 제단은 시민들이 헌화한 꽃들로 수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 광장과 추모관, 생가 자리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그럼에도 부산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은 조용히 묵념하고, 나직히 일행끼리 대화를 나눴다. 묘역 광장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연주곡 ‘아름다운 친구(Wonderful Friend)’가 추모 분위기를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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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일 9주기 하루 전날이던 지난 22일, 석가탄신일 휴일을 맞은 봉하마을에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한 시민이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광장에서 고개를 숙여 묵념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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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하루전인 22일, 고인의 추억이 깃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은 석가탄신일 휴일을 맞아 찾아온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봉하마을 카페 직원이 “방문객이 평소의 갑절은 되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마을 치안을 맡은 경찰관들도 이날 이곳저곳을 바쁘게 뛰어다녔다.

시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봉하마을까지 찾아왔다. 가까운 김해 시내와 부산시, 영남지역 방문객부터 멀리 서울과 강원도에서 찾아온 사람들도 보였다. 상당수는 아이 손을 잡고온 부모 방문객들.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온 추모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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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친구들과 이곳을 찾은 고등학생 왕승욱(16) 군(사진 왼쪽 세번째부터)과 친구 이진혁(16) 군.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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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에서 만난 강상혁(42ㆍ경남 진주시) 씨도 아들과 함께 봉하마을을 찾았다. 이날 추모관을 관람하던 아들이 “왜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았냐”고 묻자 강 씨는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 비리를 저질러서”라고 답했다.

강 씨에게 노 전 대통령은 ‘뚝심’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와 싸우는 모습에 지지자가 됐고. 매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한다고 한다. 강 씨는 “평소 잊고 살다가도 여기만 오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면서 “9년이 지났는데도 소탈하면서도 뚝심있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은 눈에 선하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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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방명록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남기고 있는 시민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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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서 만난 고등학생 왕승욱(16ㆍ지산고) 군은 친구 3명과 함께 부산에서 왔다. 기차와 시내버스를 타고 두시간을 꼬박 달려왔다. 왕 군과 친구들은 다른 추모객들처럼 헌화한 뒤 기념비앞에서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추모를 마친 왕 군은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정의롭고 인간적으로 좋은 분이었던 것 같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친구 이진혁(16ㆍ지산고) 군도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알아가고 있다”면서 “한번 뵙고 싶어 직접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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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가는길' 국토순례 참가자들이 22일 진영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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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중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경우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직장인 지승욱(32) 씨는 “노 대통령의 서거일이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 서는 날“이라면서 ”사법부의 엄중한 심판이 있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거일에 맞춰 지난 1일부터 서울에서 국토순례를 시작한 이들도 있다. 이날 진영역에서 만난 ‘봉하가는길’ 참가자들이다. 100여명의 참가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국토순례길에 함께하고 있었다. 오전 10시께 만난 이들은 같이 노란색 티를 맞춰입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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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서 왔다는 ’봉하가는길‘ 참가자 김나윤(53ㆍ여) 씨.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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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중에는 아들 손고호(10) 군과 함께 평창에서 온 공무원 손모 씨도 있었다. 그는 ”(멀고 바빠서) 자주 오지못하다 보니까 한번 와보고 싶어 찾아오게 됐다“면서 차를 타고 편안하게 오는 게 아니고 걸어서 오니, 봉하마을에 가까워질수록 더 애틋해진다”고 했다.

경남 산청에서 왔다는 김나윤(53ㆍ여) 씨는 “약자를 위해 싸웠던 노 전 대통령은 (나의) 롤모델”이라면서 “(노 전 대통령이 힘썼음에도) 아직 변하지 않은 세상이 화가나고, 대통령이 안 계신다는 게 더 안타까워진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9주기 추도식은 23일 오후 2시께 봉하마을에서 열린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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