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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춘추관에서] 지방선거는 이미 끝났다 vs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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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지지율·북미정상회담, 모든 이슈 삼키는 블랙홀 작용

6.13지방선거 민주당 압도적 우위…野 참패 기정사실화

흔들리는 북미정상회담·드루킹특검 파괴력은 럭비공 수준

‘200석 전망에서 과반 턱걸이’ 17·18대 총선, 선거는 예측불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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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될 때 지방선거는 이미 끝났다” vs “선거는 아무도 모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6.13 지방선거를 앞둔 보수야당의 상황이 참담합니다. 물론 투표함 뚜껑을 열기까지 정확한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현 상황에서 참패는 기정사실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중에서 야당, 더 정확하게는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을 제외하고 과연 몇 곳을 건질까 정도가 관심입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20여일입니다. 과연 민주당 우위 지형이 바뀔 수 있을까요? 김부겸 장관이 대구시장 선거에 나서지 않은 것을 한국당은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우스개마저 나오는 실정입니다.

반론은 단 하나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것입니다. 장밋빛 일색이던 북미정상회담 전망은 다소 불투명해졌습니다. 드루킹특검의 파괴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입니다. 민주당이 유리하다 한들 ‘15 대 2 안팎’의 스코어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역대 선거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완승은 없었습니다. 17·18대 총선이 대표적입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당시 200석 이상의 압승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과반 턱걸이였습니다. 선거는 이제 막 시작인데 게임오버는 말도 안된다는 논리입니다.

◇지방없는 탄수화물 선거?…文대통령 지지율·북미정상회담이 모든 걸 삼키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 다시 말해 생활정치를 업그레이드하는 지역일꾼을 뽑는 축제의 장입니다. 그러나 정책·공약대결, 인물경쟁 모든 게 실종입니다. 주요 정당 소속 후보들이 참신한 정책과 공약으로 유권자를 설득하고 표를 얻는다는 선거의 ABC는 붕괴됐습니다. 선거의 3대 요소는 흔히 구도, 인물, 바람이라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구도입니다. ‘문재인’이라는 키워드로 압도적인 구도가 만들어진 상황에서는 인물도, 바람도, 네거티브도 무용지물입니다. 야당 입장에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정치평론가인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의 지적이 꽤나 뼈아픕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 이번 선거는 유지방 선거가 아니라 무지방 선거다. 지방은 안보이고 탄수화물만 보인다. 아픈 현실이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과 북미정상회담 때문입니다.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입니다. 야당은 그야말로 추풍낙엽 신세입니다. 대통령 지지율 70%대 중반·민주당 지지율 50%대라는 초강세 국면에서 보수분열 구도는 1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야당의 역전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은 다소 난기류에 빠졌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탑승했다는 점에서 중도하차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은 선거 전날인 6월 12일입니다. 판이 깨지지 않으면 민주당이 매우 유리합니다.

지지율을 살펴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지역, 연령, 이념성향과 관계없이 압도적입니다. 한국당의 텃밭인 영남과 보수성향이 뚜렷한 50대 이상에서조차 70% 안팎입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합계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영남은 물론 50대 이상에서도 한국당보다 강세입니다. 물론 실제 투표 결과는 지지율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것은 물론 부동층이 많아서 바닥 민심을 알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침묵의 나선이론’대로 여론조사 결과에 잡히지 않은 ‘샤이보수’가 대거 존재하고 이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간다고 한들 야당의 역전승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노무현 탄핵 역풍이 휩쓴 17대 총선…530만표 압승 넉 달 뒤 18대 총선

역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의 목표는 과반입니다. 가장 불투명했던 때는 17대 총선입니다. 열린우리당은 애초 50석 안팎의 원내 제3당 전망이 전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은 모든 걸 뒤집어 놓았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국회의원들이 무슨 권리로 탄핵하느냐” 엄청난 역풍이 불었습니다. 200석은 물론 심지어 250석이 가능하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은 구원투수 박근혜를 내세웠습니다. 전략은 ‘거대 여당 견제’라는 읍소 하나뿐이었습니다. 열린우리당은 152석의 턱걸이 과반을 달성했습니다. 노인발언 역풍과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 때문이었습니다. 17대 총선은 선거의 시작과 중반, 종반이 가장 드라마틱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집권여당의 과반 전망이 가장 밝았던 때는 18대 총선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53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둔 만큼 4개월 뒤 총선에서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정당)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선거일은 대통령 취임 두 달도 채 안된 시점이었습니다. 내심 200석 이상을 기대했습니다. 한나라당이 단독 200석 이상을 확보하면 일본 자민당처럼 보수 장기집권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정도였습니다. 진보진영은 엄청난 무기력 속에 패배를 직감했습니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은 153석에 그쳤습니다. 단독 200석 기대감이 과반 턱걸이로 뒤바뀐 것은 인사참사와 공천파동의 여파였습니다.

17·18대 총선을 돌이켜보면 200석 이상의 압승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불가능한 꿈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정치는 생물입니다. 2010년 지방선거(한나라 6, 민주 7, 자유선진 1, 무소속 2)의 경우 천안함 폭침사건의 여파로 여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여파와 민주당의 평화 프레임 공세에 밀려 패배했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새누리 8, 새정치민주연합 9)의 경우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새누리당의 참패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특히 선거 하루 전날까지 온갖 변수가 춤추는 만큼 예측은 그야말로 예측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까이는 2016년 20대 총선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민주당·국민의당이라는 야권분열 여파로 새누리당의 180석 대망론 또는 200석 이상의 압승 전망도 불거졌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여론조사가 얼마나 허망한지는 2010년 서울시장 선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선거기간 내내 오세훈 vs 한명숙의 격차는 더블스코어에 육박했지만 막상 개표에서는 선거 다음날 아침까지 승자를 가리지 못하는 초박빙이었습니다.

◇민주, 3대 0 상황에서 후반전 시작 vs 보수, 반성·혁신없이 분열구도 고착화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야의 성적표는 극과 극입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중 광주, 전남, 전북, 제주 4곳을 제외한 12곳에서 승리했습니다. 완승입니다. 1년 뒤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에도 성공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지사 단 한 곳만을 건지는 대참패를 기록했습니다. 레임덕은 가속화됐고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2014년 지방선거는 무승부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9곳,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8곳의 단체장을 얻었습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9곳을 수성하고 추가로 승리를 거둔다면 성공입니다. 상황이 어려운 한국당의 마지노선은 6곳 방어입니다. 두 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의 광역단체장 승리 가능성은 거의 전무합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민주당은 3대 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 경기를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성적표 정도를 얻을 게 확실시됩니다.

아무리 기를 써도 보수의 역전승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우선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조기 대선을 거치며 철전지 원수로 변한 보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돼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기 위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단일화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명분이 없는 것은 물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히든카드도 없습니다. 3김시대 이후 한국 보수를 상징했던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영어의 몸이 된 사실 자체가 보수의 궁색한 처지를 보여줍니다. 보수는 지난해 5.9 대선 패배 이후 반성과 혁신을 토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위기를 극복할 새 얼굴도 찾지 못했습니다. 세대교체에도 실패했습니다. 한국당이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 태극기집회에 적극 참여해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후보로 내세운 것 자체가 아이러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례없는 독주를 올드보이들이 효과적으로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15대 2’ 민주당 완승과 한국당 ‘영남 자민련’ 시나리오 설왕설래

그렇다면 한국당을 ‘영남 자민련’으로 추락시키는 민주당의 15대 2 완승이 가능할까요? 아니면 경기, 울산, 경남, 제주 중 한두 곳 정도를 민주당이 추가 패배하는 14대 3 또는 13대 4 정도의 성적표가 나올까요? 참 이상한 것은 12대 5의 결과입니다. 분명히 민주당의 승리이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입니다. 오히려 야당이 최악의 상황에서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것입니다. 아울러 11대 6을 예상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어떤 성적표가 나올지 모든 건 예측에 불과합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 베라가 남긴 명언입니다.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지고 있더라도 아웃 카운트 하나가 남아있기 때문에 경기 종료 시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야구경기에서는 9회말 드라마틱한 끝내기 안타나 홈런이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야당의 모습입니다. 왠지 자포자기가 엿보입니다. 특히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당권경쟁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관심은 ‘지방선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이후’입니다. 시나리오는 지방선거 참패 → 지도부 총사퇴 → 비대위 구성 → 조기 전대 → 새 지도부 구성의 수순입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반(反)문재인 반(反)민주당 깃발 아래 헤쳐모여식의 정계개편 정도가 남습니다. 그마저도 홍준표 대표의 한국당과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몸담은 바른미래당의 통합이 가능할지도 의문입니다.

6.13 지방선거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닐까요? 아니면 이미 끝나있는 게임일까요? 어디에 베팅하시겠습니까? 결과를 확인하기까지는 이제 20여일 정도가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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