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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홍종학, 장관 낙마위기 때 드루킹이 “훌륭한 분” 구조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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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선플운동 홍종학이 입안

학벌 옹호, 딸 편법증여 논란 당시

경공모서 방어 댓글 달아 베댓 선정

야당 “홍 장관과 모종의 관계 의심”

여당 “둘이 따로 접촉한 적 없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그는 2017년 10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학벌주의 옹호 발언과 자녀 증여세 논란으로 낙마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이때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이 댓글 작업을 집중적으로 펼쳐 ‘홍종학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드루킹이 직접 홍 장관을 비판하는 기사에 댓글을 단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홍 장관 측은 “드루킹과 접촉한 적도 없고 댓글 조작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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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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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홍 장관을 괴롭힌 건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자신의 저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명문대를 나오지 않으면 경쟁해 나갈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가면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 등의 주장을 했다. 그해 10월 27일 ‘명문대 안 나오면 소양 없다? 중소벤처부 장관 후보 저서 논란’ 기사가 게재되며 논란이 커졌다.

기사에는 그가 장관 후보자로 부적절하다는 댓글이 1000여 개가 달렸다. 하지만 정작 공감을 많이 받은 베스트댓글(베댓)은 드루킹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아이디(skys****, samp****)가 작성한 긍정 댓글이었다.

skys****는 “저서가 못할 말 했냐? 한국의 썩은 주입식 교육제도가 그래서 학벌 따지고 지역 따지니까 저런 말이 나온 것이다”는 댓글을 달았다. 이 댓글은 974개의 공감을 얻었다.

skys****는 경공모가 댓글 조작을 한 송민순 회고록 기사에도 “제목을 저렇게 뽑다니 참 비열하다”는 댓글을 달아 베댓에 선정된 바 있다.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네티즌(samp****)은 기사를 작성한 언론을 겨냥했다. “또 돈을 받고 (기사를 쓰나)보다”고 말한 그의 댓글 역시 1034개의 공감을 받아 베댓이 됐다. 이들은 2016년 10월 경공모가 유시민 작가를 초청해 경기도 파주에서 주최한 ‘남북 정상회담 행사’ 소개 기사에 약속한 듯 단체로 댓글을 남겼다. 당시 행사에는 드루킹을 포함해 경공모 회원 수십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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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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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홍 장관이 중학생 딸에게 2억2000만원을 편법 증여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드루킹 일당은 움직였다. ‘홍종학 후보자, 중학생 딸에게 편법증여 의혹’이란 제목의 10월 29일 기사에는 드루킹이 직접 댓글을 달았다.

드루킹(tuna****)은 “다 침소봉대해서 장관 후보자를 또 끌어내려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것이다. 홍 후보자 정도면 훌륭한 장관감이다”고 썼다. 이 댓글은 143개의 공감을 받았다. 다른 경공모 회원들 역시 같은 아이디로 수차례 댓글을 작성한 흔적이 남아 있다.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민주당 디지털소통본부장을 지낸 홍 장관은 2016년 9월 초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천명하고 드루킹 일당이 지원에 나섰던 이른바 ‘선플운동’의 입안자이기도 하다. 홍 장관은 문 전 대표의 선플운동 제안 직후 SNS에 “발악하는 어둠의 세력이 (인터넷 공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지지자를 선동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이런 배경 때문에 드루킹이 홍종학 장관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경공모가 대선 전 친문 핵심 인사들과 접촉해 지지자 그룹 사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홍 장관의 기사에 드루킹 일당이 조직적으로 댓글 작업을 펼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장관 측은 드루킹의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다. 당시 디지털소통본부에서 홍 장관을 보좌했던 여당 관계자는 “드루킹이란 인터넷 사용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접촉한 사실이 없고 댓글 조작도 최근에 문제가 되면서 알게 됐다”고 반박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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