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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무더위 다가오는데 … 오리털값 2배 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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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 논란으로 생산량 줄고

중국 아웃도어 시장 10배 급성장

생산업체, 물량 확보 나서며 값 올라

패션업계, 대체 소재 찾기 안간힘

화학섬유 ‘프리마로프트’ 등 거론

다운재킷 충전재인 오리털과 거위털, 특히 오리털 가격이 급등하면서 롱패딩 등 올겨울 다운(Down) 재킷 생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다운을 공급하는 태평양물산에 따르면 이번 달 다운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올랐다.

아웃도어·패션업계는 다음달부터 일제히 겨울 다운 재킷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업체들은 이에 따라 원가 상승분의 어느 정도를 제품 가격에 반영할지 고민 중이다. 이선효 네파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곧바로 제품에 반영하기는 어려워 자체적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영업이익이 다소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욱진 K2 상품기획본부장은 “미리 확보한 다운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그래도 (다운 재킷) 가격이 5~10%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다운 재킷은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린 ‘여름 선(先)판매’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후 시즌 중 추가로 제작하는데 업체들이 원재료 확보와 가격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지난해보다 비싸진 다운 재킷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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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지는 중국이다. 중국 다운정보사이트 차이나다운닷컴(cn-down.com)에 따르면 20일 중국산 흰 오리털(솜털 95%, 1㎏) 도매가는 448위안(약 7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323위안(약 5만5000원)보다 38% 오른 가격이다. 다운 재킷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솜털 80%’ 함량 흰 오리털은 353위안(약 6만원)으로 1년 전(248위안)보다 42% 올랐다. 구스다운으로 불리는 거위털도 상승세다. 구스다운(솜털 95%,1㎏) 도매가는 526위안(약 8만9000원)으로 1년 전(475위안)보다 10% 상승했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업체들이 사들이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선효 대표는 “올봄 다운 가격이 약 60달러(솜털 80% 1㎏)로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이상도 태평양물산 마케팅팀 차장은 “중국은 전 세계 다운 생산의 80%를 차지한다”며 “최근 세계적으로 RDS(책임 있는 다운 생산 기준·Responsible Down Standard)를 지키려는 기업이 늘어나며 중국 오리 농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RDS는 미국 ‘텍스타일익스체인지’ 등 비영리 단체가 발행하는 인증마크로, 살아 있는 상태에서 털을 뽑는 등 오리·거위를 학대하지 않고 생산한 제품에 부여한다. 살아 있는 조류에서 뽑은 털은 ‘필 파워(다운의 복원력)’가 높아 비싼 가격에 팔린다.

급성장 중인 중국 아웃도어 시장도 다운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2014년 중국의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0억 위안(약 3조4000억원) 규모로 8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중국은 2025년까지 스포츠·아웃도어 시장을 5조 위안(약 859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50만 장 이상 생산하는 메이저 브랜드는 지난해 미리 다운을 확보한 경우가 많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애를 먹고 있다. 일부 OEM 기업은 다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다운 재킷 납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다운 재킷이 전체 매출 중 40~50%를 차지한다. 여성·스포츠·캐주얼 패션도 지난해 롱패딩 인기에 힘입어 다운 재킷 비중이 커졌다. 업체들은 대체재 찾기에 나섰다. 미국의 원단 업체가 개발한 화학섬유 소재 충전재인 프리마로프트(Primaloft)가 대표적이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한 미군의 재킷용으로 쓰이면서 유명해진 소재다. 천연 다운에 비해 가볍고 얇아 활동성이 좋으며, 특히 습기에 강하다. 춥고 습한 겨울을 나야 하는 북유럽에선 오래전부터 애용해왔다. 하지만 프리마로프트도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패션업계는 인공 충전재와 천연 다운을 혼합한 ‘씬 다운’ 등을 만드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편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는 올해 생산량을 소폭 늘려 잡았다. 지난해 롱패딩 열풍 때문이다. 지난해 다운 재킷 60만 장을 판 디스커버리는 올해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0만 장 늘렸다. 이종훈 디스커버리 전무는 “납품업체 4곳에 올해 생산할 다운 물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K2·블랙야크도 5만~10만 장 더 생산할 계획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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