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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앵커브리핑] '방탄소년단 vs 방탄의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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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866년에 병인양요를 겪은 흥선대원군은 서양 총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그는 총을 막을 수 있는 갑옷의 개발을 명했고 삼베 면을 12겹 이상 겹치면 총탄에 뚫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도 남아있는 세계 최초의 방탄조끼는 바로 조선에서 만든 면제배갑.

삼베 면을 13겹 혹은 30겹을 겹쳐놓은 것도 있었습니다.

이 신형 방탄조끼가 실전에 투입된 것은 신미양요 때인 1871년, 그러나 결과는 민망했습니다.

요행히 총알은 막아냈지만 너무 두꺼워서 움직임이 둔했고, 또 당연히 너무 더웠습니다.

신형 대포의 파편을 맞을 경우에는 쉽게 불이 붙기도 했다는군요.

조선 최초, 아니 세계 최초의 방탄조끼는 결국 실패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소년들의 이름 역시 짐작대로였습니다.

총알처럼 날아오는 편견들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적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작명.

그들은 과연 '이름' 다웠습니다.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접근방식과 젊은 세대의 고민을 담아낸 음악은 이름처럼 방탄에 성공하면서 한국가수 최초로 2년 연속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에 선정됐습니다.

나아가 그들의 팬클럽은 공항에서의 지나친 팬덤 문화를 자제하자는 질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고 하니 노래로 인해 형성된 보이그룹과 팬들의 방탄은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예감이 드는군요.

그렇다면 이들만의 방탄의 결과는 어떠할 것인가.

"두 아들의 학교 생활은 물론 한 가정이 절박한 위기로…"

"여러분이 동료 국회의원을 사랑했던 심정으로…"

이심전심 동류의식이 한데로 뭉쳐서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습니다.

물론 무죄 추정과 불구속 수사원칙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는 하지만…

"두고 보겠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안 된다"면서 강원랜드 부정채용을 강요했다는 그의 보좌관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자금 75억 원을 빼돌려서 이 중의 수십억 원을 개인 빚을 갚는데 썼다는 의혹을 받는 의원들 앞에 쳐진 그 두꺼운 그 방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세계 최초의 방탄복, 면제배갑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는 시류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총알만 막아내면 된다는 생각이 가져왔던 한 순간의 무너짐이었지요.

반대로 대형 기획사의 지원 하나 없었던 방탄소년단이 성공한 이유는 세상을 읽어내며, 함께 호흡하고자 했기 때문…

그렇다면, 지금 방탄의 장막을 굳게 두른 국회는 세상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내고 있는가.

방탄의원단이 방탄소년단을 절대로 따라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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