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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美 철강값 30%나 올랐는데···한국업체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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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에 수출량 절반으로 줄고

작년 말 가격에 연초 '대량 선적'

상황 낙관하다 후폭풍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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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철강에 대한 미국의 쿼터제 적용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 물량이 전부 소진된 품목이 발생한 가운데 상반기 내 수출 물량이 소진될 품목도 적지 않다. 우리 철강 제품의 수출이 막히면서 미국 내 철강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라 특수도 누릴 수 없게 됐다. 국내 업체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주요 철강 제품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말 대비 20~30%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해 캐나다·브라질·멕시코·일본·유럽연합(EU) 등 주요 철강 수입국을 대상으로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수출 물량을 제한한 여파다.

냉연강판의 미국 내수 가격은 지난 1월 톤당 956달러였으나 2월에는 992달러, 3월에는 1,068달러, 4월에는 1,102달러로 올랐다. 열연강판과 강관 제품인 유정용 강관, 라인파이프 등의 가격도 비슷한 흐름이다. 특히 연초 미국에 도착한 제품의 경우 지난해 말 계약가격으로 수출한 물량이라 철강업체들이 지금 미국에 제품을 수출할 경우 올 초 수출한 제품에 비해 20~30% 이상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팔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철강 업체에는 남의 이야기다. 이미 파일용 강관, 방향성 전기강판, 스테인리스 냉연,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 봉형강류중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 공구강 등 9개 제품이 올해 수출 쿼터를 초과해 수출길이 막혔다. 강관 제품도 올 상반기 중 물량을 다 소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적 물량이 현지에 도착하는 시간을 고려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대미 강관 제품 수출 물량을 집계한 결과 70만톤으로 나타났다. 올해 한국이 할당받은 대미 강관 제품 수출 물량이 지난해 수출 물량의 51%인 104만톤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르면 6월께 수출 물량이 다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미국 수출 물량이 상반기도 지나기 전에 동이 난 것은 미국 정부가 쿼터제 기산일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뒤늦게 밝힌데다 기산일이 발표되기 전에 일부 업체들이 미국 수출 물량을 대거 밀어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철강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고 정부의 협상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바람에 후폭풍을 맞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너무 낙관적으로 상황을 본 측면이 있다”며 “가격이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수출길이 막혀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세부 협상 과정에서 5월 1일을 쿼터 기산일로 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미국 측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정부로서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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