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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화담 구본무, 곤지암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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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맏사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영정을 운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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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본무 회장


존경받는 기업인이자 우리 사회 큰 어른이었던 고 구본무 LG 회장이 숲에 잠들었다. 소탈한 성품과 함께 평소 환경 보호와 장묘 문화 개선에 힘썼던 고인의 뜻에 따라 수목장 방식으로 자연으로 돌아갔다.

22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구본무 회장 발인이 엄수됐다.

구 회장 발인은 100여명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후 가족만 장지로 이동해 나머지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치렀다. 고인 유지와 유족 뜻에 따라 화장한 뒤 유해를 곤지암 인근 숲에 묻는 수목장 형태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은 23년간 LG그룹을 이끌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정도경영 철학에 따라 투명한 사업방식과 경영체제를 정착시켰다.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고 연구개발(R&D)과 인재를 중시해 오늘의 LG를 만들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일반 국민에게 'LG 의인상'을 제정해 보상하는 남다른 사회공헌 의식을 가졌고, 때로는 과감히 사재를 털어 의인과 이웃을 지원했다.

고인은 알려진 것만으로도 훌륭한 경영인이자 존경받는 기업 총수였다. 하지만 그의 사후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수많은 미담과 선행, 인간적 행보 등이 드러나며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가져왔다.

고인은 모든 사람을 따뜻하게 대했고 권위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양보와 배려를 몸소 실천했고, 약속 시간에는 항상 먼저 나가 기다렸다. 사소한 약속도 어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회사에서 마주친 직원 자녀에게 용돈을 쥐어줄 정도로 인간적이었다. 대기업 총수라기 보다는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이 친근했다.

때문에 그의 사후에는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LG 임직원부터 정·재계 인사의 회고, 단골 식당 관계자까지 진심어린 추모가 이어졌다. “주변에 폐끼치기 싫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장례를 진행했음에도 각계각층의 조문 행렬도 끊이지 않았다. 일반 시민이나 LG 평직원도 장례식장을 찾아 멀리서 나마 고인에게 조의를 표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에 편지를 남긴 시민도 있었다.

온라인에서도 고인의 별세 기사에는 진심어린 애도의 댓글이 이어졌다. 고인의 뜻을 기리고, 명복을 비는 글이다. LG 사내 게시판에도 고인을 추모하고 명복을 비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정상국 전 LG 부사장이 고인을 기리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화제가 됐다.

재벌하면 갑질이 떠오르는 세태에서 고인의 삶은 우리 사회에 '모범'과 '귀감'을 보여줬다. 고인은 사회 지도층이 어떤 모습을 보여야하는지를 마지막 가는길까지 실천하며, 우리 사회에 커다란 울림을 남기고 떠났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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