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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자연으로 돌아간 구본무 회장 마지막길…소리없는 '울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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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고(故) 구본무 LG 회장, 22일 발인…유가족들 지켜보는 가운데 유해 화장 후 생전에 아꼈던 화담숲 인근에 수목장 형식으로 장묘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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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식 현장. (사진 가운데)맏상주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유가족들과 함께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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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가족장에 3일장, 그리고 수목장(樹木葬)까지...

생전 '중간값의 술'을 즐겼다는 고(故) 구본무 LG 회장은 마지막 가는 길도 소탈했다. "폐 끼치지 마라"며 자신의 장례를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지만 그러기엔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과 울림이 커 장례식장은 정재계 인사들의 추모행렬이 끊이질 않았다.

발인식을 끝으로, 새와 숲을 사랑했던 고인은 이제 그가 아꼈던 화담숲 인근에 영원히 잠들어 아무 근심없이 자연을 누릴 수 있게 됐다.

◇LG·GS·LS家 비통한 분위기 속 구본무 회장 마지막길 '배웅'…5분간 소리없는 울음바다=22일 LG에 따르면 지난 20일 숙환으로 별세한 구 회장의 발인식이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진행됐다. 발인식은 유가족들의 뜻에 따라 일부만 제한적으로 공개됐고 이후 장묘절차는 수목장의 형태로 비공개로 치러진다.

이날 오전 7시를 조금 넘은 시각부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한 가족, 친지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시작에 모여들었다. 발인식은 고인의 가족은 물론 친지, 범 LG 가문 주요 인사들, 6명의 LG 부회장단과 일부 LG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전 8시30분, 장례식장 1층으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든 고 구 회장의 사위, 윤관 블루벤처스 대표가 앞장서 모습을 드러냈고 뒤이어 고인을 예전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살폈던 예전 비서진 등 7~8명이 운구했다.

그 뒤로 상주인 맏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동생들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 부회장, 구본식 희성 부회장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구 회장의 어린 5촌 당숙인 구자홍 LS인화원 회장과 구자열 LS 회장과 구자균 LS산전 회장도 발인식에 참여했다.

구본능 회장은 오열한 듯 얼굴이 온통 붉었고 구자열 회장과 구자균 회장도 발인식 내내 울음을 참았다.

최근까지 고인을 도와 LG 경영을 이끌었던 구본준 부회장은 고개를 빼고 유해를 실은 차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을 물끄러미 지켜봤다. 운구 차량에는 상주인 구 상무와 사위 윤 대표가 동승했다.

허창수 GS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이 장례기간 중 조문 온 데 이어 이날 발인식도 지켰다. 조 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기업으로 어릴 때부터 많이 배웠다"며 "너무 이른 나이에 가셔서..."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부 여성 유가족은 등을 돌리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100명이 넘는 유가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큰 소리가 나진 않았지만 공개 발인식이 진행된 약 5분간의 시간동안 소리없는 울음바다가 연출됐다. 지인들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LG상사에 근무했던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LG유플러스에서 근무했던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구 회장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차량은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장지는 화담숲 인근으로 결정됐는데 장지에는 임원진을 제외한 가족들만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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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전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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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가족장'임에도 이틀간 추모행렬 잇따라=지난 이틀(20~21일) 간의 문상 기간 동안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길 원하는 정재계 인사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정계와 법조계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장 실장은 "존경받는 재계의 큰 별이 이렇게 갑자기 가셔서 안타깝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빈소를 조문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첫 외부 조문객으로서 빈소를 찾았으며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강석진 전 GE 코링 회장, 이석채 전 KT 회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스포츠마케팅 연구 담당 사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손경식 CJ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범LG가에선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구본완 LB휴넷 대표,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이 빈소를 방문했다.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구본걸 LF 회장,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 등도 빈소를 찾았다.

또 창업회장 때부터 경영의 동반자로 꼽히는 GS 그룹에서도 조문이 잇따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물론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밖에 구 회장과 함께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데 일조한 고위 임원진도 나란히 문상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등이 고인을 애도했다.

경제계는 고인의 별세 이후 즉시 추도문을 냈다. 대한상의는 "구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전정신으로 전자, 화학, 통신 산업을 육성했다"며 "정도경영을 통해 고객에 신뢰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고인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의 농촌자립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았다"며 "의인상을 통해 정의로운 사회 만들기에 힘쓴 동시에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교육·문화·예술 지원에 헌신한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라고 평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구본무 회장은 1995년 LG그룹 회장 취임 이후 '노사(勞使)'를 넘어선 '노경(勞經)'이라는 신 노사문화 형성을 바탕으로 '정도(正道) 경영'을 추구했다"며 "당면 현안을 노경이 함께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가치창조의 노사관계를 구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고 구 회장은 1945년 2월10일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으며 LG 그룹의 현대사를 쓴 오너 3세 경영자다. 고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장손으로,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2대 그룹회장)이 부친이다.

1995년 2월22일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는 '럭키금성' 대신 'LG' 라는 새로운 CI를 앞세워 새로운 기업 만들기에 앞장섰다.

24년간 LG를 이끌었으며 GS, LS, LIG, LF 등의 계열분리에도 불구하고 LG그룹 매출액은 1994년 말 30조원대에서 지난해 말 160조원대로 5배 이상, 해외 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식 씨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딸 구연경, 구연수 씨가 있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이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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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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