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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6ㆍ13 선거판 흔드는 재건축ㆍ재개발 조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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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연합체 ‘서미연’ 25일 출범식에

“서울시장 후보 불러 재건축 정책 확인”

당ㆍ낙선 운동 이어질 공산 커 우려 확산
한국일보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예정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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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충격에 빠진 서울 재건축ㆍ재개발 추진 아파트 단지 조합들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 동안 구청과 국회 방문, 집회 등을 통해 도시정비 문제의 공론화를 시도해온 재건축ㆍ재개발 관련 단체들이 선거가 다가오자 유력 후보들을 직접 불러 재건축 관련 공약 등을 검증하고 사실상 당ㆍ낙선 운동까지 펴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이 특정 지역의 재산권 문제를 넘어 이번 지방 선거 판의 중요한 변수가 될 공산이 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 지역 재건축 조합과 도심 재개발 조합들의 연합체인 ‘서울미래도시재개발ㆍ재건축시민연대’(이하 서미연)가 25일 출범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고착화한 재건축 아파트 층고(35층) 규제 철폐를 목표로 내건 서미연엔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3~5구역ㆍ대치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재건축 조합, 한남3구역ㆍ성수4지구ㆍ증산4구역 재개발조합 등 36개 단체들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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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연은 출범식에 박원순(더불어민주당) 안철수(바른미래당) 김문수(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고 재건축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매니페스토(구체적 비용과 예산 확보, 추진 일정 등을 갖춘 선거 공약) 운동 형식이지만 언제든지 특정 후보에 대한 당ㆍ낙선 운동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서미연 관계자는 “앞으로 서울시장과 구청장 주요 후보들을 직접 방문해 정비사업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할 것”이라며 “선거 후에도 공약 이행사항 등을 점검하는 등 2020년 총선까지 활동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미 김 후보는 토론회에 참석 의사를, 안 후보는 긍정적 검토 입장을 밝혔다. 비판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은 박 후보는 아직 참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는 재건축ㆍ재개발과 관련된 현 서울시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입장을, 안 후보는 도시재생 사업 쪽에 더 관심이 많다.

주로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에 반대해온 양천ㆍ노원ㆍ마포ㆍ강동 재건축 조합 연대인 ‘비강남 차별저지 국민연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연대는 지난 2월 “지방선거에서 재건축에 대한 후보들 공약을 살펴본 뒤 조합원들에게 이를 알려 낙선 혹은 당선 운동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대는 최근 ‘재건축 주민들이 원하는 10대 공약’을 취합해 각 구청장 후보자들에게 전달했고 이들을 불러 재건축 관련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 주민들의 연합체인 ‘목동아파트재건축추진연합회’(목재련)는 양천구 선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18일 양천구청을 항의 방문해 ‘목동지구 택지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에 대한 공람기간 연장과 단지별 주민설명회 개최 등을 강하게 요구했다. 목재련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워낙 여당 우세인데다가 낙선 운동 자체가 불법이라 대놓고 ‘어느 당 누굴 뽑자’고 조합원들에게 강요할 순 없지만 서울시장 후보부터 기초의원들의 재건축ㆍ재개발 공약 등을 공유하게 되면 자연스레 조합원들의 표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서울 재건축 사업과 직접 관련된 인구는 30만 명(9만8,000가구ㆍ안전진단 완료 기준)이다. 여기에 준공 후 30년이 지난 서울 노후주택에 15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 이슈와 관련된 서울 인구는 최소 180만 명에 달한다. 서울 인구의 5분의 1에 가까운 규모다. 민주당 관계자는 “중앙당은 아직 둔감하지만 일부 구청장 선거 현장에선 이미 재건축이 표를 모으는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며 “각 당이 재건축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는 지가 이번 지방선거 승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의 지나친 정치세력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 시장을 정치적 논리로 풀려고 하거나 정치적 압력을 가해 이익을 편취하려는 것은 온당치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지 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조합의 이익을 내세워 특정 후보에 대한 검증과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은 지방선거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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