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화학물질 없고 머리 덜 아파"
정부 10개 제품 분석하니 전혀 '딴판'
니코틴 최대치, 일반 궐련 대비 2.4배
'암 주범' 타르도 1.9배…최저치 63배
법적 사각지대에 정부 규제 강화키로
전문가 "니코틴 포함 제품 포괄 규제"
수제담배 가게에서 파는 수제담배 제품. 일반 담배와 모양새는 큰 차이가 없다. 정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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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수제 담배 가게 입구에 이런 내용의 커다란 광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내부에는 영어로 표기된 수입 담뱃잎 박스와 담배 제작 기계 등이 놓여 있었다. 가게 주인은 수제 담배의 우수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일반 담배와 비교하면 타르가 훨씬 적다. 100배 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면서 "일반 담배엔 각종 화학물질이 엄청 들어가는데 수제 담배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맛도 좋아서 오래 피워보면 안다. 아침에 피우면 머리가 확실히 덜 아프다"고 덧붙였다.
전날 서울 마포구의 한 수제 담배 가게를 방문했더니 '금연, 힘들다면 차라리 천연담배' '한 갑 2000원대' 등의 광고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다른 점포 2곳도 사정이 비슷했다.
수제담배로 흡연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는 서울의 한 수제담배 가게 광고. 정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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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의 주범인 타르 함량도 최대 15.13mg으로 일반 궐련 담배 최대치(8mg)의 1.9배였다. 타르가 가장 적은 수제 담배(6.33mg)도 일반 담배(0.1mg)의 63배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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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담배는 담뱃잎을 자르고 필터를 넣고 종이로 말아서 만든다. 가격이 싼 데다 새로운 담배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수제 담배 애호가인 김모(32ㆍ부산광역시)씨는 "담뱃잎을 직접 말아서 피우는 거라 덜 해로운 것 같다. 가격이 싸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니코틴ㆍ타르가 많으면 그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의미다. 특히 복합 화학물질인 타르가 많아 각종 암 위험이 크게 올라간다"면서 "직접 말아서 피운다고 독성이 주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제담배 가게들은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고 천연 담뱃잎만 사용해서 덜 해롭다는 점을 강조하는 곳이 많다. 가격도 한 갑에 2000~2500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정종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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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는 불법으로 완제품을 팔기도 한다. 지난 3월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불법 제조업체 대표 2명을 구속기소하고 소매상 등 1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유해 화학물질이 없다. 피워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며 소비자를 속였다.
한 시민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 일반 담배(궐련)와 궐련형 전자담배 못지 않게 유해한 수제담배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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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신종 유형인 수제 담배는 청소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이참에 수제 담배 등 니코틴이 포함된 모든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까지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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