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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겨레 사설] 북, ‘풍계리 폐기’ 남쪽 언론 취재 허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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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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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25일로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쪽 기자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1일 판문점 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쪽에 우리 기자단 명단을 재차 통보하려 했으나 북쪽이 수령을 거부했다. 북한은 지난 18일에도 명단 접수를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미국과 한국에 이런저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남한 언론 취재까지 봉쇄할 일은 아니다. 북한은 약속한 대로 여러 외신과 함께 남한 언론도 행사를 취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정황상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자체는 예정대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은 핵실험장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한국과 함께 중국·러시아·미국·영국 기자의 취재를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북한 초청을 받은 외신들은 22일 오전까지 중국 베이징 북한대사관으로 집결하도록 통보받았다고 한다. 아직 초청받지 못한 남쪽 기자단은 일단 21일 방중해 베이징 북한대사관에 방북 비자를 신청할 것이라고 한다.

북한이 예정대로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정작 판문점선언 당사자인 남한 언론에 이처럼 비협조적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27 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합의했다. 핵실험장 폐기는 그 첫걸음으로 북한이 의욕적으로 준비한 행사다. 그런 행사에 남한 언론을 제외한다면 판문점선언 취지를 퇴색하게 하는 일이다.

비핵화를 위한 남북 또는 북-미 간 협상에선 때로 험한 말이 오가고,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밀어붙이기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어렵사리 판문점선언에 합의한 뒤 북한이 약속을 어기는 것처럼 행동하는 건 곤란하다.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직전에 일방적으로 연기를 통보하거나, 약속했던 남한 기자들의 취재를 불투명하게 하는 것 등은 바람직한 협상 태도라고 보기 어렵다.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있다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제기하고 관철하는 게 옳다. 그게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다. 풍계리 행사가 남한 언론의 참관 아래 온전히 치러질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의 성의 있는 조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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