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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가 급등에 美셰일업계 사상최대 호황…트럼프의 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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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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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제재·중동 불안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 셰일 원유·가스 업계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미국 일평균 셰일 원유 생산량은 802만배럴을 기록해 매월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5월 생산량은 전월 대비 4만9000배럴 늘었고 전년(647만배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4%나 증가한 수준이다. 10년 전 셰일 원유 일평균 생산량이 20만배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0배나 증가했다.

미국 내 셰일 원유 생산량이 늘면 미국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진다. 나아가 일정량 원유 수출을 통해 고질적인 미국의 무역적자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러시아·중동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의 정치·외교적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일부러' 셰일 산업을 띄우려 중동 불안을 조장해 유가를 올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적인 분석도 제기된다.

셰일 원유는 일반 원유보다 더 깊이 있는 퇴적암층인 셰일층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원가가 배럴당 50달러로 일반 원유 원가에 비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셰일업계 손익분기점은 브렌트유 기준 53달러 선이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40달러대를 유지했던 최근 몇 년 동안 셰일업계는 생산 단가조차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 업체는 줄줄이 파산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현재 국제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르는 상승세에 힘입어 셰일업계는 생산량을 역대 최대로 늘려가고 있다. 이에 더해 셰일 원유 시추 기술도 점점 발전해 과거보다 적은 비용과 자원으로 더 많은 셰일 원유를 뽑아낼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일 원유업계는 최근 셰일 원유 생산 지역인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 외에 오클라호마, 콜로라도, 와이오밍, 노스다코타주로 생산 지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퍼미안 분지만 놓고 봤을 때도 2016년 기준 하루 200만배럴이던 생산량을 최근 300만배럴로 늘렸다. 이는 원유 주요 생산국인 쿠웨이트의 일일 생산량과 맞먹는 수치다. 이런 변화에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내년 미국 내 셰일오일 생산량을 하루 1190만배럴로 지난 예측치 대비 4% 이상 늘려 잡았다. 이는 최대 석유 생산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생산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셰일업계 호황으로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제재를 통해 이란에서 석유 공급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해도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국내 공급으로 대체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예정이다. CNN은 "미국 셰일 생산량이 급증해 이란 제재로 발생하는 격차를 국내에서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EIA는 최근 2019년 미국의 석유 순수입이 6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월 미국의 원유·석유 제품 수입량은 일평균 278만배럴로 1973년 이후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세계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움직임도 포착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1일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셰일가스 수출을 시작했다. 미국이 중동국가에 셰일가스를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개로 5월 둘째주 미국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260만배럴로 역대 최대치다. 280만배럴 수준인 일일 수입량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이다.

고유가로 셰일가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아시아로 수출하는 물량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는 "아시아에서 셰일가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싼 가격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에너지 수출량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나스타샤 디알리나스 블룸버그 에너지 분석가는 "(미국의 이란 제재 등이) 세계 유가를 올리는 결과를 낳는다면 미국 수출을 매력적으로 만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석유화학그룹인 보레알리스의 마크 가렛 최고경영자(CEO)는 "셰일업계 성황 효과로 향후 15~20년 동안 미국 경제는 견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BP캐피털 펀드 어드바이저의 트립 로저스 수석연구원도 "투자자들은 '셰일 붐'이 끝을 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며 "유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셰일 성황을 둘러싼 기본 요소가 매우 견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면에는 '비즈니스맨' 출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저한 사업적 계산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면적으로 미국은 이란 핵합의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지만, 실질적으로는 유가를 끌어올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오일의 경쟁력을 키우고 미국이 세계 에너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큰 그림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선포하는 등 중동을 자극하는 것 역시 유가 끌어올리기의 일환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은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미국의 '에너지 자립'인 점도 이러한 주장들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선거운동 기간에 "우리의 적과 원유 카르텔로부터 미국의 완전한 에너지 독립을 이루겠다"며 정유·화학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의 규제를 풀고 환경오염을 이유로 제한해온 셰일 에너지 등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새봄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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