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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F현장] "둘째 목소리 귓전에 맴돌아" 홍문종·염동열의 '절절(?)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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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문종(오른쪽)·염동열(가운데) 의원이 자신들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상정된 본회의장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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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주인공 홍문종·염동열의 '초조했던 1시간'… 그리고 부결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상정합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정세균 국회의장이 홍·염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상정을 알렸다. 홍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경민학원의 공금을 빼돌린 횡령 혐의로, 염 의원은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를 부당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구속되기 위해선 국회 본회의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날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두 사람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절차를 밟게 돼 있었다.

먼저 동료 의원인 한국당 정유섭·신상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체포동의안이 부결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들은 홍·염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언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검찰의 칼날 앞에 서게 될지 모른다. 요즘 국회의원은 불체포 특권이 있는 게 아니라 체포 특권이 있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특히 정 의원은 "제가 더 가슴 아픈 것은 지난 3월 17일 작고한 홍 의원의 선친 홍우준 전 의원이 본 건에 대해 직접 증언한다고 했지만 검찰이 증언을 듣지 않은 것이다"라며 " 홍 의원의 어머니도 위중하다. 검찰이 이렇게 비정하게 몰아붙칠 일이 아니다. 홍 의원을 불효자식으로 만들어 한을 만들고 돌아가신 아버님이나 병중에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자는 거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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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의원이 투표를 앞둔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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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사자인 홍·염 의원이 차례로 나와 신상 발언을 통해 부결을 호소했다. 홍 의원은 "20여 년 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이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불체포 특권에 기대려 하는 것 아니다. 그러나 뇌물 받지 않았다. 교비 횡령도 하지 않았다. 1원도 학생의 코 묻은 돈을 제 주머니에 넣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 역시 다른 동료 의원들을 향해 "이렇게 하면 어느 의원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의원으로서 저 홍문종을 그동안 바라보신 여러분의 심정으로, 동료 국회의원을 사랑했던 심정으로, 국회를 사랑했던 심정으로 홍문종에게 당당하게 법원에 나가서 싸워서 저의 유무죄를 밝힐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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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 표정으로 개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염동열 의원.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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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나온 염 의원은 발언대로 나와 먼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그 어느 때보다 깍듯한 모습이었다. 우선 자신의 결백함을 피력한 염 의원은 가정사까지 언급하며 절절(?)한 호소를 남겼다. 그는 "마흔셋의 늦은 나이에 꾸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아들의 학교생활은 물론, 한 가정이 절박한 위기로 내몰려 있다"며 "저의 운명은 이제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께 맡겨졌다. 매일 아침마다 '아빠 힘내'라는 둘째 녀석의 풀 죽은 목소리가 아직도 제 귓전에 들리는 듯하다"고 했다.

두 의원의 신상 발언 직후 무기명 투표가 시작됐다. 염 의원은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의원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청했다. 절박해 보이는 몸동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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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투표를 하고 있는 홍문종 의원.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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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의원은 자기 자리에 가만히 앉아 다른 의원들이 투표하는 장면을 바라봤다. 이따금 옆자리에 앉은 동료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 역시 긴장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곧 개표가 시작됐다. 홍 의원은 투표를 마친 뒤 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염 의원은 자리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연신 물을 마시고 양손을 매만졌다. 주변의 동료 의원들은 염 의원을 위로하는 듯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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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열 의원이 체포동의안 부결 후 일어서며 동료 의원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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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의장이 개표 결과를 공개했다. 부결이었다. 방청석에선 탄식이 나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염 의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풀린 듯 책상을 한 번 짚기도 했다. 염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악수하며 후련한 모습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긴장 상태였던 다른 한국당 의원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사이 좋게' 회의장을 나섰다.

한편 홍 의원 체포 동의안은 총 275명이 투표해 129명이 찬성, 141명이 반대, 2명이 기권, 3명이 무효표를 던져 부결됐다. 염 의원 체포동의안은 같은 수가 투표해 98명이 찬성, 172명이 반대, 1명이 기권, 4명이 무효표를 줘 부결됐다.

일각에선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과 관련 '방탄국회'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표가 한국당 의원 숫자보다 더 많이 나와 결국 여야할 것 없이 의원들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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