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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EU, 이란핵협정 해법 놓고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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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폼페이오 美국무, 유럽에 新이란협정 동참 요구 예정"

EU, 美없이 중·러 등과 기 舊협정 개정 별도 논의

이란, EU에 “핵협정 유지,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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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새로운 이란 핵협정을 유럽연합(EU)에 제안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2015년에 체결한 기존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이란과 새로운 핵협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EU 역시 미국을 배제하고 러시아, 중국과 이란 핵협정을 고쳐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EU에 기존 핵협정 유지 약속을 지키라며 거듭 촉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미국이 추진 중인 새로운 이란 핵협정과 관련, 이번주 유럽 국가들에게 협력을 요청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예멘과 시리아 내에서 이란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이란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제한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신문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이란 핵협정에 유럽 국가들이 협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지난달 미국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은 더 나은 결과와 더 나은 거래를 위해 동맹국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동맹국은 사실상 유럽 국가들을 지칭한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21일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이란 핵 합의 파기 이후 전략’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폼페이오를 아는 행정부 관리들은 그가 국무부 장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은 뒤 강경 노선이 다소 완화됐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새롭고 더 개선된 안보 프레임워크, 더 나은 거래를 위한 외교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후크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 국장도 “이란의 위협 전체를 다룰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유럽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지속적으로 원한다. 이번달 많은 미국 관리들이 독일, 프랑스, 영국과 광범위한 논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이들 유럽 3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과 함께 지난 2015년 이란 핵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이다.

한편으론 미국이 새로운 협정에 유럽을 끌어들이기 위해 철강·알루미늄 및 자동차 관세, 대이란제재 등 경제 제재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사실은 물론,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기업들에게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적용하겠다는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EU가 미국을 배제하고 러시아, 중국과 기존 핵협정을 폐지하지 않고 일부 내용을 추가해 새롭게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에서도 확인된다. 독일 신문 벨트암존탁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은 이번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단계’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한편, 역내 개입 강화를 위해 재정지원을 이란에 제안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들 5개국은 새로운 합의가 성사되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EU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EU가 미국의 핵협정 탈퇴에 맞서 이를 유지하겠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는 이날 테헤란을 방문한 미겔 아리아스 카네트 EU 에너지·기후 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유럽이 핵합의를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EU는 핵합의를 실제로 지키는 조처를 하고 이란과 경제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카네트 집행위원은 “미국의 핵합의 탈퇴로 유럽이 여러 문제에 직면했으나,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이란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게 EU의 메시지”라고 답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중앙은행에 유로화를 직접 송금하는 방안을 이란 정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EU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네트 집행의원은 “EU와 이란의 협상으로 미국의 제재를 피해 유럽의 중소기업이 이란에 계속 투자할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U는 또 이란에 대항입법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항입법은 EU가 지난 1996년 미국의 쿠바 제재에 따른 유럽 기업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와 관련, 브루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 장관은 이날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통해 유럽 기업들에게 피해를 입힐 경우 대항입법을 통해 보상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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