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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서울 한복판 '한지붕 두 편의점' 논란…"1년도 안돼 폐점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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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어 다시 '상도덕' 논쟁…승자 없는 근접 출점

출점 거리제한 두면 '담합'…편의점가맹주협의회 "상생방안 마련 중"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로 사정상 사람을 쓸 수가 없어 지난 9개월간 남편과 12시간씩 번갈아 일해왔어요. 우린 아프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바로 아래층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온다니…."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인근 650세대 규모의 오피스텔 1층에서 A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조 모(55) 씨는 최근 믿기 싫은 소식을 들었다. 바로 아래 지하 1층에 B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온다는 소식이었다.

이들 부부는 남편 퇴직 후 경기 김포시에서 2년여간 편의점을 운영하다 교통비라도 아껴보고자 지난해 9월 집 근처인 용산으로 옮겨와 현재의 편의점을 운영해왔다.

조 씨 부부가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편의점 본사에서는 "업계에 상생 분위기가 있어서 다른 편의점이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부부는 본사 말대로라면 오피스텔 입주자들만 잡아도 충분히 벌이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운영을 결정했다.

비수기인 겨울을 포함해 한동안은 장사가 되질 않아 한 번은 가게 임대인을 만나 월세를 깎아줄 수 없느냐는 부탁까지 했다.

"아직 추운 데다 설 명절도 껴있어서 2월에는 편의점 장사가 되질 않아요. 그래서 임대인을 만나서 조금만이라도 월세를 깎아 달라고 했어요. 주인은 월세는 못 깎아주겠다고 하더니 대신 사정을 알고 현금 30만 원을 주더라고요."

날이 따뜻해지면서 점차 벌이도 나아져 슬슬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별안간 날아든 편의점의 추가 입점 소식은 청천벽력이었다.

조 씨는 "새 편의점이 이달 25일 문을 연다더라"며 "다들 똑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새로 들어올 편의점 점주를 탓하는 게 아니다. 업계에서 이렇게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조 씨가 겪은 편의점 근접 출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편의점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지난해 8월 부산에서도 이미 다른 브랜드 편의점이 운영 중인 건물에 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서 '상도덕' 논란이 일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당장 법적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에서 일정한 거리 안에는 경쟁 브랜드 편의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의견을 모을 경우 담합으로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원래 편의점 본사 간에는 출점 시 다른 브랜드 편의점과의 거리 제한이라는 게 있었다"며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를 담합이라고 판단해서 못하게 했고, 현재는 같은 브랜드 편의점끼리만 '250m 이내 출점 금지' 기준을 따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계 회장은 "일정한 거리를 제시하고 이를 지키라는 식으로 제한을 두면 인근에 다른 편의점을 열려는 점주의 사유 재산 행사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돼 문제가 복잡하다"며 "이런 식의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거리 제한을 두면서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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