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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런던에서 온 편지] 50. EU-UK 우주서 격돌..영, 독자 GPS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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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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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이 우주 분야에서도 EU와 영국의 협력에 불협화음을 낳고 있습니다.

EU 회원국들이 만든 유럽연합 우주개발 관할 기구인 유럽우주국(ESA)의 설립 멤버인 영국이 브렉시트 때문에 ESA 주요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위험에 처한 것이죠.

EU는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등에 맞서 자체적인 위성측위시스템(GNSS) ‘갈릴레오’를 개발·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EU는 최근 영국 정부에 영국이 2019년3월 유럽연합을 공식 탈퇴하면 민간용에 개방된 정보가 아닌 군사용의 높은 수준의 정보 등이 담긴 ‘공공통제서비스’(PRS) 참여와 사용에서 영국을 배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비회원국인 영국과 회원국들만 공유하는 민감한 고급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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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즘 위험, 러시아와의 갈등 등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효율적으로 위협 등을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중요해졌는데 이를 도와줄 위성을 통한 기밀 정보의 접근이 차단되면 영국의 안보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국방, 안보 당국은 현재 군사적 목적의 자료 수집 등에 미국의 GPS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는데 더욱 정확도 높은 정보를 얻기 위해 갈릴레오 시스템을 추가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군사용 갈릴레오 시스템에서 차단되는 것이죠.

이에 더해 EU는 영국에 기반을 둔 우주항공업체들이 더 이상 갈릴레오 주요 프로젝트의 부품 납부 계약에 입찰할 수 없도록 조치했습니다. 기밀 프로젝트에 영국 기업들이 참여하고, 납품 계약을 수주하면서 이익을 얻는 것도 막겠다는 뜻이죠.

프랑스 정부 등이 지분을 보유한 범유럽 항공우주개발업체 에어버스도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위성 개발 및 제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영국 기반 업체들의 부품 납부가 거부될 경우 에어버스 역시 영국에 둔 갈릴레오 프로젝트 관련 시설 등을 다른 EU회원국으로 옮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영국 잉글랜드 남부 포츠머스에 갈릴레오 위성 관련 지상관제센터 등을 운용하고 있는데 만약 이 기지를 다른 유럽지역으로 옮기면 기존의 약 1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EU 탈퇴 이후에도 갈릴레오 프로젝트의 완전한 참여를 원한다고 주장했지만 EU는 EU를 떠나기로 결정한 영국에 다른 회원국들과 똑같은 권한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U를 탈퇴하면서 회원국이 지는 광범위한 의무는 피하면서 자국의 이익에 도움되는 권리만 누리겠다는 것은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뜻이죠.

영국은 만약 EU가 영국 기업들의 갈릴레오 프로젝트 참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완전히 갈릴레오 프로젝트에서 나가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주개발 강국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는 영국이 자체 GPS 위성을 띄우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힘든 일은 아니겠지만 총 인공위성 24개로 이뤄진 갈릴레오 시스템에 맞먹는 시스템을 다시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추가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다만 영국 항공우주국 그레이엄 터녹 최고경영자(CEO)는 “자체적인 GPS 시스템 개발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동안 우주개발 부문 축적된 노하우가 있어 갈릴레오보다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영국은 지난 2003년부터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협력하면서 12억파운드를 분담했습니다. 영국이 갈릴레오 시스템 개발에 기여한 정도는 약 15% 정도인 것으로 인디펜던트는 추정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만약 갈릴레오 주요 프로젝트에서 영국이 배제될 경우 지금까지 부담한 금액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의 지구 모니터링 프로젝트인 ‘코페르니쿠스’ 프로젝트에는 계속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BBC에 따르면 최근 영국 항공우주국은 ESA로부터 브렉시트 이후인 2020년대에 띄울 코페르니쿠스 프로젝트 관련 인공위성 개발 계획 실행가능성 검토 등을 의뢰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코페르니쿠스 프로젝트는 인공위성 등을 통해 지구와 우주에서 지구 토양, 해양, 대기의 구성과 변화 관련 정보를 수집하게 되는데 지진, 홍수, 산불, 기후변화 등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일반과 과학자들의 연구 등에 쓰일수 있도록 공개되며 기밀 정보 등은 적어 EU가 브렉시트 이후라도 영국의 데이터 접근을 막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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