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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국방부, 5·18 폄훼 ‘국난극복기장령’ 37년만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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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장관 지시로 입법예고…‘반성·진상규명’ 의지

2015년 권은희 의원 “폐지 촉구” 이후 3년간 유야무야

경향신문

국방부가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시각이 담긴 ‘국난극복기장령’을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난극복기장령은 신군부가 자신들의 시각에서 1980년 전후를 ‘국난 기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군인 등에게 기장을 수여하기 위해 1981년 제정한 대통령령이다. 제정 37년 만에 폐지에 나선 것이다. 5·18 당시 진압 과정에서 군이 동원된 점에 반성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69·사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최근 국난극복기장령 폐지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0일 밝혔다. 국방부는 “국난극복기장령은 대상자들에 대한 수여 종료로 효력이 상실돼 법령으로서 실효적 가치가 소멸됐다”며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송 장관은 국군기무사령부의 폐지 건의를 받고 지난 2월 관련 검토를 지시했다.

국방부는 관계부처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폐지를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내달 26일까지 이 법령 폐지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접수받는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심의·의결 등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면 폐지가 최종 결정된다.

경향신문

국난극복기장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가 1981년 3월 제정한 대통령령이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10·26 사태 이후부터 제5공화국 출범인 1981년 1월까지를 ‘국난 기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난을 극복하는 데 공을 세운 군인 및 군무원, 공무원, 주한 외국 군인 등에게 기장을 수여하도록 했다. 기장 수여 대상자가 사망했을 때는 그 유가족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장의 수여권자는 국방부 장관으로 규정했다.

문제는 국난극복기장령이 5·18 등 당시 민주화운동을 국난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신군부의 시각이 일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실제 이 법령에 따라 5·18 진압 군인 등 100만명 이상이 기장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현재는 사문화됐음에도 이 법령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돼왔다. 2015년 4월 권은희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의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다는 측면에서 국방부가 전향적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국난극복기장령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국난극복기장령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5·18의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는 국방부의 최근 행보와 맞닿아 있다. 송 장관은 지난 2월9일 “군이 5·18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역사에 큰 아픔을 남긴 것에 대해 국민과 광주시민들에게 위로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국방부 장관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사과하고 5·18단체 관계자들을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송 장관은 지난 14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5·18단체 대표들을 만나 “명명백백하게 5·18의 진실을 풀어내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국방부가 1985년 발간한 <광주사태의 실상> 등 5·18 왜곡 내용을 담은 책자와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기도 했다.

송 장관은 5·18 유가족들을 국방부 청사로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5·18민주묘역을 참배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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