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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기 침체 초입” 경고에도 대부분 “완만한 성장 둔화”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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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김광두 논쟁’… 전문가 6명에 들어보니

“경기선행지수 등서 경고음” “현 지표로 ‘악화’ 판단 일러” 이견

“정부, 저출산·신성장동력 부재 등 구조적 원인에 대응을” 주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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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여러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침체 국면의 초입 단계에 있다고 본다.”(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지금 경제 상황을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근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김 부의장의 진단에 경제를 책임진 김 부총리가 이같이 반박하면서 논쟁이 일고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향후 안정적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향신문은 20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6명의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으나 불황이나 침체의 시작까지는 아니란 의견이 많았다. 또 현재의 문제는 저출산이나 신성장동력 부재와 같은 구조적 문제로 발생한 것이며, 정부 대응은 이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침체 시작으로 보기엔 일러”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위축됐고, 고용 역시 몇 개월째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며 “지난 연말과 올해 연초까지는 경기 둔화 정도로 판단했으나, 현재는 침체의 초입 국면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침체의 시작으로 보기엔 이르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명 지난해만큼 수출과 투자가 잘되고 있지 않으니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고,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침체로 표현하는 건 과도하며 성장의 완만한 둔화라고 설명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도 “제조업 가동률 등은 떨어졌지만, 서비스업 생산이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경기가 급격한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경기부양을 논할 정도의 불황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상승 국면으로 보기는 힘들겠지만, 정부가 그간 재정을 풀었던 영향이 남아 있어 경기가 보합세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를 잘 보고 대비할 필요는 있겠지만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표만을 근거로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는 “최근 학계에서 계속 논의했던 사안 중 하나가 경기 국면 판단이 최근 부쩍 힘들어졌다는 것”이라며 “생산·투자 등 경제지표에 긍정·부정적인 요소가 섞여 있어 이것만으로 경기 악화 여부를 판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 경제 구조적 문제에는 ‘공감’

전문가들은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원인이 구조적인 측면에 있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뤘다. 저출산·고령화 등이 시작되며 경제성장을 받쳐 줄 요소는 사라지고 있으며 반도체 등 기존 산업 이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지 못해 문제란 것이다. 박진 교수는 “정부가 추진한 대로 노동자의 소득을 강화하는 정책들은 필요하겠지만, 이것만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 과감한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민간 부문이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는, 여건을 마련해주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홍준표 연구위원은 “정부는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기업들의 경영 여건을 향상시키겠다고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도 펴고 있다”며 “경기가 둔화나 침체 국면으로 가고 있다면 과감한 방향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하준경 교수는 “기득권을 가진 기업인들에게 엄격한 자세를 갖는다고 해서 정부가 반기업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며 “기업가 정신 함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하 교수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 기업들이 클 수 있게 하는 측면이 중요할 텐데, 현 정부의 대응이 아직 미흡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 호시우보의 자세 필요”

일부 전문가들은 ‘소득주도성장’ 등을 표방한 정부의 정책 전환이 경제 악화로 나타난 것은 아니며, 현재 정책은 유지하되 구조개혁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중구 연구위원은 “최근의 경제 악화는 투자 위축의 요인도 많은데 건설투자의 경우 부동산 부양으로 주택 공급이 지난 수년간 대폭 증가해 저조해졌고, 설비투자도 지난해 반도체 설비투자가 워낙 늘었기에 더 이상 늘지 못했다”며 “이를 보면 투자 위축은 조정의 측면이 많다. 정부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라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과거 정부는 단기적인 경제 지표에 집착해 부동산 경기의 불을 지르는 등 실책을 벌인 바 있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처럼 예리하게 사물을 보고, 소처럼 신중히 행동하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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