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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대한항공·아시아나 ‘슬롯’ 편법 지원 눈감은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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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양도’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작년 감사원 지적에도 묵인 드러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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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와 에어서울에 ‘슬롯’(Slot)을 편법 지원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사실상 눈감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이전 슬롯 교환 자료는 남겨두고 있지 않으며 지난해 4월 감사원이 법령 위반이라고 지적한 뒤에도 편법 슬롯 교환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슬롯은 항공사별 운항시간으로 승객들이 선호하는 시간의 슬롯이 많을수록 항공사 수익도 커진다. 이 때문에 두 대형항공사의 계열 LCC에 대한 슬롯 편법 지원은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016년 1월~2018년 4월 항공사별 슬롯 교환 현황’을 보면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슬롯 교환은 6회,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은 11회였다. 진에어는 후쿠오카, 세부, 기타큐슈, 사이판, 코타키나발루 노선에서 상대적으로 승객들이 선호하는 시간대를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았다. 예컨대 인천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로 갈 때 진에어의 원래 슬롯인 오후 10시20분에 출발하면 현지에 오전 2시20분에 도착한다. 반면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슬롯을 이용해 오후 6시40분에 출발하면 현지 시간 오후 10시40분에 도착한다. 진에어로서는 보다 많은 승객을 유치할 수 있고 회사 수익에 도움이 되는 구조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진에어, 에어서울과 교환한 슬롯을 거의 운행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슬롯 교환이었지만 사실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계열 LCC에 영업에 유리한 슬롯을 양도한 것이다. 이는 계열사에 상품·용역·재산권 등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지원한 것이어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 진재용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슬롯은 영업에 주요한 자산인 재산권으로 볼 수 있고,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한 것으로 부당지원 행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나고야 노선 감편에 따른 슬롯을 우선 대한항공 노선에 사용한 다음 진에어와 교환했고, 사이판 노선은 교환한 뒤 직접 운행했다”고 해명했다.

국토부가 슬롯 교환과정에서 두 대형항공사의 불공정 행위를 사실상 묵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롯은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에서 관리·감독하는데 국토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산하 LCC와 교환한 슬롯에서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국토부는 진에어가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과 교환한 슬롯 내역은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2016년 이전 슬롯 교환 내역은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2016년 이전 대한항공과 진에어 간 슬롯 교환 내역,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인 에어부산 간 슬롯 교환 내역을 보면 더 잦은 슬롯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는 감사원에서 지난해 4월 슬롯 조정 업무 관리·감독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국토부는 감사원 지적을 받고 1년 가까이 흐른 지난 3월에서야 뒤늦게 관련 규정 개선에 나서 오는 7월부터 슬롯 조정 업무 관리·감독을 강화해 슬롯 배분 공정성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점들을 인식해서 수정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의원은 “국토부의 관리 소홀로 대기업 계열사의 부당지원 소지가 있는 슬롯 교환 문제가 방치되고 있었다”며 “국토부는 모든 항공사가 공정경쟁할 수 있도록 슬롯 배분 과정을 세심하게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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