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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킹님이 잘못했답니다”…구속되자 김경수 측에 용서 구한 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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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측 '입김'으로 구속됐다 판단, 용서 구해

김경수 및 경찰 측, ‘기획 수사’ 사실 무근 반박

"킹님이 잘못했다고 전해 달라고 합니다.”

‘드루킹’ 김동원씨는 댓글 조작으로 구속(3월25일)된 다음 날 측근을 통해 김경수 전 의원 측에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당시 이 말을 직접 전했다는 드루킹 측 인사는 20일 “킹님이 구속된 다음 날인 3월26 서울 모처에서 김 의원실 한모 보좌관을 만나 킹님이 전해달라는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드루킹을 ‘킹님’이라고 칭했다.

중앙일보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드루킹’ 김동원씨가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재판을 속히 끝내 달라고 요청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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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경에서 나온 말일까.

드루킹은 지난해 자신이 운영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카페 회원인 도모 변호사를 일본 오사카 총영사로 임명해 달라고 김 전 의원 측에 추천했으나 좌절됐다.

그러자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보좌관 한모씨에게 500만원을 건넨 것(2017년 9월)을 언급하면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루킹 김씨 등은 경찰에 구속됐다.

이런 내용은 드루킹의 옥중 편지에도 나와 있다.

‘2018년 2월20일경 의원회관을 찾아가 다투고…저는 그(김경수)의 기망행위에 분노해 3월30일경 언론에 털어놓겠다고 알렸습니다. (하지만) 21일 저는 긴급체포됐습니다.’

드루킹 측 A씨는 “우리가 김 의원 측에 ‘이번 일을 언론에 털어놓겠다’고 하자마자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고 구속됐다”며 “우리는 당시 이런 급작스런 구속 수사가 우연히 벌어진 게 아니라고 봤기에 김 의원 측에 용서를 구하는 말을 전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난 날 보좌관 한씨는 별다른 말 없이 현금 500만원만 돌려주고 갔다고 한다. A씨는 “이 같은 내용을 경찰에 나가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듣기 위해 김 전 의원 측 한씨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전 의원 측이나 경찰 측은 드루킹 측이 주장하는 ‘기획 수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18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추모공간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루킹' 김 모 씨가 조선일보에 편지를 보내 김 후보의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김 후보 측은 "3류 소설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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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의 옥중 편지는 어디까지 사실일까.

드루킹은 옥중 편지를 통해 ‘경공모는 대선 경선에서 300~500명씩 다섯 군데 순회 경선 현장에서 각자 자비를 들여서 참가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고 썼다.

민주당 당내 대선 경선은 2017년 3~4월 실시됐다. 일정표를 보면 지난해 순회 경선은 호남권(3월27일), 충청권(29일), 영남권(31일), 수도권ㆍ강원ㆍ제주권(4월3일) 순으로 진행됐다.

중앙일보 취재결과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드루킹이 주도한 정치그룹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이 전국 순회 경선장마다 등장했던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우선 지난해 3월27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호남권역 선출대회.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경인선’ 회원들과 인사하는 장면이 있다.

이날 경공모 회원들은 방송인 고민정(현 청와대 부대변인)씨와도 사진을 찍었다.

중앙일보

광주에서 열린 호남권 당내 경선에서'경인선' 회원들과 인사하는 김정숙 여사와 김경수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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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뒤인 3월29일에는 충청권역 대회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렸다. ‘경제도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가 적힌 수건을 들고 응원하는 회원들이 카메라에 찍혔다.

영남권역은 3월31일 부산시 동래구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이곳에선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씨가 직접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행사 진행요원이나 보안요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오디오 리시버’까지 귀에 꽂고 있었다. 그의 주변에는 친문 인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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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충청권 경선 당시 모습. '경인선' 회원들이 문재인 당시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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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ㆍ강원ㆍ제주권’ 경선은 4월3일 서울에서 열렸다. ‘경인선’은 응원석 한 블록을 가득 메웠고, 남색 수건으로 일사불란한 응원전을 펼쳤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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