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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벌금 100만원'에 죽고 사는 정치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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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 [황국상의 침소봉대]

머니투데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투표참여 분위기 확산을 위해 대구시선관위가 대구 동구 신천동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지하1층 푸드마켓과 대구도시철도 동대구역 연결 통로 벽면에 아이들이 그린 3인치 선거벽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총 면적은 3.4m×2.4m 규모. 벽화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선거 관련 3인치 작품을 전국에 공모해 접수된 작품 1101점 가운데 672점을 선정해 만들어졌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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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전 진주시의원은 투표 당일 시민들에게 같은 당 의원을 지지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지난 2월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시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선거일 당일의 선거운동은 유권자의 선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결 이유였습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상 선거비용 관련 규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됩니다.

나용찬 전 괴산군수도 2016년 12월 견학차 관광버스로 이동 중이던 지역 사회단체에 '커피값으로 쓰라'며 찬조금 20만원을 주고(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이후 이 건이 문제가 되자 '단순히 돈을 빌려줬을 뿐'이라는 내용의 허위 기자회견을 했다는 등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고 최근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당선 무효 여부를 결정짓는 '벌금 100만원'이라는 기준은 1991년 만들어져 현재까지 27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 기준이 만들어졌던 1991년 당시 전체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71만6000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으로 계산한 월급도 120만원은 됩니다.

27년 전 기준인 100만원을 놓고 정치인들은 죽고 삽니다. 그러다보니 법원은 유죄는 맞지만 당선을 무효화할 사안까진 아니라고 판단될 때 100만원에 살짝 못 미치는 벌금을 선고하곤 합니다. 자신의 업적이 아닌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홍보하는 내용을 담은 의정보고서를 배포한 혐의로 기소된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은 2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대법원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습니다. 불과 '10만원' 차이로 함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셈입니다.

15년 전 뇌물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한표 한국당 의원도 사면복권을 받은 적이 없었음에도 '복권 됐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벌금 80만원이 확정됐습니다. 이밖에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진표·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선거법 위반에 대해 80만~9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가까스로 살아남았습니다.

일각에선 27년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당선무효의 벌금 기준을 대폭 인상해야 주장도 나옵니다. 최소 500만~1000만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있습니다. 박은태 법무법인 이래 대표변호사는 "일반 형법에선 당선무효 기준이 금고 이상의 형인데 비해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에서의 당선무효 기준이 '벌금 100만원'인 것은 국민들이 선출직 공무원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직에 출마하려는 사람들은 선거 등과 관련해 혹시 가볍다고 생각할 수 있는 100만원만큼의 죄도 짓지 말라는 게 현행법의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표변호사는 "다만 정치인들의 생사여탈권이 판사에게 과도하게 부여된 점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주권자인 국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은 대폭 완화하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금품살포와 매관매직,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은 사후에라도 엄벌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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