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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시승기] 벤츠家 개성 강한 `막내딸`…고속주행 코너링 손맛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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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더 뉴 E400 4MATIC 쿠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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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생활이다. 먹고, 자고, 입는 데 이어 제4의 의식주가 된 지 오래다.

연간 자동차 내수 규모가 180만대를 돌파하면서 생활필수품으로 써먹는 자동차 이외 또 다른 카테고리가 생겼다. 소비자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드림카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감성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다. 어느 선에서는 현실과 꿈이 절충되는 접점이 필요하다. 이 선에 선 자동차를 흔히 '현실적인 드림카'라고 부른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400 4MATIC 쿠페는 최근 국내 출시된 대표적인 현실 속 드림카다.

9000만원이 넘는 가격(9410만원)은 확실히 부담이다. 하지만 2억원을 훌쩍 넘는 다른 슈퍼카에 비하면 확실히 달성 가능한 '사격권'에 있다. 연비와 성능도 의외로 실생활에서 쓰기에 무리가 없다. 현실 세계로 빠져나온 이 드림카에 몸을 실었다. 서울 양재동과 경기 의왕,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수원으로 이어지는 왕복 95㎞ 트랙을 밟았다.

드림카의 첫째가는 덕목은 매끈한 외모다. 이런 점에서 E400 쿠페는 상당히 괜찮은 대안이다. 벤츠 고성능 라인인 AMG에 돈을 쓸 여력은 없지만 슬쩍 보면 AMG 같은 그런 이끌림이 느껴진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하다. 앞뒤로 균형 잡힌 비율에 흐르는 듯한 몸매, 완만한 곡선을 이루는 후면부 디자인이 매끄럽다. 최근 나온 E클래스 전통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당찬 데가 있다. 고풍스러운 부유한 '벤츠가(家)'에서 유별나고 개성 강한 막내딸 같은 느낌이다. 다만 골수 S클래스 팬이라면 '가볍다'는 평을 날릴 만하다. 3040세대라면 '젊은 감각'이라고 좋게 번역할 수도 있겠다.

달리는 맛은 솔직하다. 밟는 대로 쭉쭉 나간다. E클래스 쿠페는 심장으로 2996㏄ V형 6기통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을 달았다.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48.9㎏·m 힘을 낸다. 퇴근길 이후 한적해진 도심을 빠져나가 영동고속도로를 탔다. 액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자 으르렁거리던 엔진음이 조용한 비명을 지른다. 액셀을 밟은 지 5.3초 만에 시속 100㎞를 돌파한다. 스티어링 훨과 컬럼 시프트가 어느 정도 손에 익자 마치 스포츠카를 탄 것 같은 드라이빙 질감이 느껴진다. 기름 아까운 줄 모르고 잘도 달리지만 복합연비는 ℓ당 9.3㎞다. 나쁘지 않다. 고속 주행하는 순간에도 코너링할 때는 달콤한 손맛이 착착 감겨든다. 외모는 툭툭 튀지만 내부 공간은 전형적인 벤츠다. 따라서 공간 평가에서는 딱 하나만 집중적으로 봤다. 쿠페라 뒷자리에 동승자가 타기 불편하지 않을까. 의자를 접은 뒤 타고 내리는 불편함을 놓고 보자면 4도어 세단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뒤 공간이 넉넉해 승하차할 때도 생각보다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일단 탑승하면 세단과 일대일로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다. 쿠페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감성과 타협할 수 있을 정도의 불편함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확실히 크기는 전 모델보다 커졌다. 길이는 100㎜, 폭 70㎜, 높이 40㎜가 늘어났다.

편의 장비는 벤츠답게 강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단연 2개 12.3인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와이드 스크린 콕핏이다.

항공기 안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쿠페 모델만을 위해 디자인된 에어 벤트가 이 느낌을 더 깊게 살려준다. 멀티미디어 시스템 조작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터치컨트롤도 적용했다.

다만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디테일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BMW에 비해 다소 간소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향 지시등을 켰을 때 똑딱거리는 소리도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소소하지만 운전하면서 자주 쓰는 기능인 만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벤츠 특유의 반자율주행 시스템(차선 이탈 시 핸들을 톡톡 치는 게 별미인)과 주차 공간을 스스로 찾아서 전·후진 주차하는 자동 주차 기능도 쓸 만하지만 손맛을 즐기는 게 초대 목적인 E클래스 쿠페에서는 크게 쓸 일이 없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E클래스 쿠페는 속이 꽉 찬 현실 속 드림카다. 외모는 AMG 못지않고 주행 성능도 동급 쿠페에 비해 월등하다.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이 문제지만 벤츠 쿠페를 품었다는 감성적인 만족감이 제법 쏠쏠하다. 실제 생활하며 타고 다닐 고성능 차를 찾으면서 도깨비처럼 튀어 보이는 외모는 싫다면 E클래스 쿠페는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중상층 소비자들도 충분히 지갑을 열 만한 가치가 있는 차로 평가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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