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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폐 끼치지 마라" 유지 받들어… 대기업 회장의 조용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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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마지막 가는 길도 참 소박하네요."(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직원)

20일 구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는 조화가 6개뿐이었다. LG 임직원 일동, 허창수 GS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원 LIG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보냈다. 빈소 입구에는 "소탈했던 고인의 생전 궤적과 차분하게 고인을 애도하려는 유족 뜻에 따라 조문과 조화를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대기업 회장 등이 보낸 조화가 여럿 배달됐지만, 유족은 정중히 돌려보냈다.

조선비즈

20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장례식장에‘조문과 조화를 사양한다”는 유가족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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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는 3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재계 인사 장례가 회사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LG 관계자는 "고인은 생전에 시간과 돈 낭비가 많은 장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 강했다"며 "남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하고 간소하게 지내라는 고인의 뜻을 유족들이 따랐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1년간 투병하면서 연명 치료를 거부했던 구 회장의 뜻에 따라 화장을 한 뒤 경기도 화담숲에서 수목장을 치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빈소는 구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이 지켰다. 올해 93세로 거동이 불편한 부친 구자경 그룹 명예회장은 자택에 머물고 있다. 조문객도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원 LIG그룹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구본걸 LF 회장 등 집안 사람이 대부분이다. 57년 동업 관계를 유지했던 허씨 가문에서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친·인척 외 조문은 공식적으로 사양했지만, 평소 친분이 깊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LG트윈스 선수단은 이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근조 리본을 유니폼 왼쪽 팔에 달고 고인을 추모했다. 1990년 초대 구단주로 취임해 2007년까지 구단주를 맡았던 구 회장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많아 팬들 사이에서 '구느님(구본무+하느님)'으로 불렸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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