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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南과 北의 평양냉면… 분단 세월만큼이나 달라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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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옥류관 평양냉면은 검은빛… 간장 육수에 반죽엔 식소다 써

서울 평양냉면은 맑고 심심한 맛… 소금간 하고 고기 육수 주로 사용

"어느 쪽이 정통이라 하기 어려워"

조선일보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나온 옥류관 평양냉면. 면과 육수 모두 짙은 색을 띤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14일 낮 1시 서울 중구 평양냉면집 '필동면옥'.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시각임에도 냉면 먹는 손님들로 가득했고, 손님 세 팀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양 옥류관 출신 주인으로 소문난 서울 합정동 '동무밥상'에 이튿날 가보니 오후 2시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이 식당 윤종철(62)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직후 하루 손님이 600명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4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평양냉면집들에 새삼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대통령이 맛본 옥류관 냉면과 서울의 평양냉면은 어떻게 다를까. 그에 앞서 과연 옥류관이 평양냉면의 적통(嫡統)을 이은 맛일까.

옥류관 냉면을 맛본 이들은 "서울 평양냉면과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우선 냉면 빛깔이 전체적으로 검다. 국물도 그렇지만 특히 면발이 칡냉면처럼 검정에 가까운 짙은 갈색이다. '동무밥상' 윤종철씨는 "육수에는 간장을, 면 반죽에는 식소다를 타서 그렇다"고 했다. 윤씨는 4개월간 옥류관 주방에서 냉면 만드는 법을 배운 뒤 인민군 장성식당에서 10년간 일하다 1998년 탈북해 2015년부터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식소다를 섞어 반죽하면 국수가 검어지지만 부드럽고 목 넘김이 좋습니다. 국물은 닭과 꿩으로 뽑은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고 간장으로 간합니다." 그러나 윤씨는 식소다를 쓰지 않는다. "손님들이 건강에 민감해 식소다 넣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남에서도 간장을 육수에 타는 냉면집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소금으로 간한다. 식소다를 섞어 면을 뽑는 곳은 없다. 옥류관 냉면 면발은 서울 냉면집들보다 질기고 메밀 향이 덜 난다. 메밀과 전분(감자녹말) 비율이 4대6. 서울 냉면집들의 메밀 함량이 70~80%인 것에 비하면 질길 수밖에 없다. 서울 냉면집들은 대부분 100% 고기 육수다. 우래옥은 소고기만을 쓰고, 필동면옥과 을지면옥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육수를 혼합한다. 옛 문헌을 보면 냉면 국물은 동치미 국물 등 김칫국만을 사용한 경우, 고기 육수만을 사용한 경우, 김칫국과 육수를 섞어 쓰는 경우 등 크게 세 가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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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제대로 한다는 평양냉면집들은 국물이 투명하달 정도로 맑고 맛도 심심하다. 사진은 서울 장충동 평양면옥의 평양냉면.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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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연구개발본부장은 "무가 맛있는 겨울에는 동치미 국물을 주로 썼고 여름엔 고기 육수를 활용했다"고 했다. 부모님 모두 평안도 출신인 서울 정동 한식당 '콩두' 한윤주 대표는 "어머니가 소고기 육수에 무를 많이 넣고 국물을 넉넉하게 잡아서 냉면용 김치를 따로 담갔었다"고 했다.

옥류관이 평양냉면의 전통을 계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옥류관이 생긴 것은 1961년으로, 일부 전문가는 "평양냉면 전통이 희미해진 뒤에 생겨난 옥류관 냉면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1946년 서울에 문 연 우래옥 냉면도 옛맛 그대로라고 하기도 어렵다. 우래옥과 대원각, 봉피양 등에서 일한 김태원(85)씨는 "1980년대 말 냉면 육수에서 허용치 이상의 대장균이 발견되면서 동치미 국물 쓰는 집이 줄어들었다. 육수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100% 육수 국물이 나오기도 했다"고 했다. 음식칼럼니스트 박정배씨는 "음식은 시대와 식자재 수급, 사람들 입맛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며 "이제 평양에는 '평양식' 혹은 '옥류관식' 냉면이, 서울에는 '우래옥식' '필동면옥식' '을지면옥식' 냉면이 각각 있는 셈이어서, 무엇이 정통이고 나머지는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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