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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박인비, 국내 투어 첫승 "경품 포크레인 팔지 않고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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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매치플레이 거포 김아림 꺾어

KLPGA 10년, 20경기만에 우승

부담감과 잔디적응 어려움 극복

준우승 6번 '2위 징크스'도 날려

중앙일보

박인비가 부상으로 받은 굴삭기에 올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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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30)가 20일 강원 춘천의 라데다 골프장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김아림(23)을 한 홀 차로 꺾고 우승했다. 국내투어 20번의 도전 끝 얻은 달콤한 첫 우승이다. 지난해 이 대회 포함 6차례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도 달랬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7승을 포함 19승을 수확했으나 국내 프로대회에서는 우승해보지 못했다. 국내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까지 포함하면 29번 만에 첫 우승이다. 박인비는 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9번 나왔으나 역시 우승을 못했다.

세계랭킹 1위로 1번 시드를 받은 박인비의 상대는 35번 시드인 김아림이었다. 1m75cm의 키에 올 시즌 KL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1위(262야드)인 거포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박인비도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다. 16강전에서 김혜선을 6홀 차로, 8강전에서 박채윤에게 역대 최다 홀 차이인 9홀 차로, 준결승에서는 최은우를 3홀 차로 쉽게 꺾었다. 그러나 결승에선 쉽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티샷부터 퍼트까지 실수가 거의 없었다. 상대 실수로 이기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듯 컨시드를 매우 후하게 줬다.

팽팽하던 힘겨루기는 후반에 갈렸다. 박인비는 13번 홀에서 8걸음 버디 퍼트를 성공해 앞서 나갔다. 15번 홀에선 김아림이 3퍼트를 하면서 2홀차로 벌어졌다. 그러나 우승을 앞에 두고 박인비가 흔들렸다. 16번 홀에서 박인비는 그린을 놓치고 파세이브에 실패하면서 다시 한 홀 차로 좁혀졌다. 그러나 박인비는 마지막 홀 긴장되는 파 퍼트를 실수하지 않고 넣어 한 홀 차 우승을 확정했다.

박인비는 어느 곳에서도 적응을 잘 한다. 미국은 물론 비바람이 심한 영국 링크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해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과 비슷한 일본에서 4승을 했고 2016년 지구 반대쪽 브라질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시차적응도 잘 한다. 비행기에서 가장 잘 자는 선수가 박인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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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우승을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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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인비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은 미스터리다. 박인비 측에서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감이라고 했다. 고국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했다.

운도 나빴다. 처음 KLPGA 투어에 참가한 것은 10년 전인 2008년이다. 그 해 US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하이원 SBS 채리티에 초청을 받았다.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당시 절정의 샷감각을 보였던 서희경에 이어 2위를 했다.

이듬해 박인비는 넵스 마스터스피스에서 다시 우승 기회를 잡았다. 박인비는 연장 두 번째 홀에서 1.5m 퍼트를 놓치면서 국내 투어 2위 징크스가 생겼다. 반면 당시 첫 우승을 한 동갑내기 이보미는 이를 발판으로 한국 최고 또, 일본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박인비는 슬럼프를 겪던 2011년엔 하이트컵에서 선두로 나섰으나 최종일 74타를 치며 역시 동갑내기인 김하늘에게 역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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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와 결승에서 겨룬 김아림. [KLPGA/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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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2013년 기량을 회복했다. 3연속 메이저 우승을 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KB스타 챔피언십에서 신출귀몰한 퍼트를 한 이승현에 밀려 2위를 했다. 그 해 12월 대만에서 열린 K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에서는 16세 천재 리디아 고에 이어 준우승에 머물렀다.

세계 최고 선수를 배출하는 KLPGA 투어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2014년 스타 챔피언십에서 김효주, 2015년 같은 대회에선 전인지가 박인비를 밀어내고 우승을 했다. 지난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박인비는 김자영 부활 드라마의 조연이 됐다.

박인비의 또 다른 국내 투어 부진 이유는 코스 컨디션이다. 한국 골프장은 잔디가 억세고 페어웨이 잔디 길이가 길다. 페어웨이에서도 가끔 플라이어(공이 스핀이 안 걸려 평소보다 멀리 날아가는 현상)가 난다. 박인비는 국내 대회장에서는 아이언샷의 거리 맞추는 데 애를 먹었다. 그린 주위에서도 역시 거리 맞추기가 어렵다.

이번 대회가 열린 라데나 골프장은 그린이 매우 빠르고 어렵다. 박인비는 변별력, 특히 그린 난도가 높은 곳에서 유리했다고 본다.

박인비는 “첫 우승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마지막에 우승 생각을 하면서 긴장해 16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다행히 우승을 해냈다”고 기뻐했다. 박인비는 또 경품으로 받게 될 포크레인에 대해 “뜻 깊은 경품이어서 팔지 않고 기념으로 할아버지 농장에서 쓰겠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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