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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북 ‘류경식당 종업원 송환’ 압박…남북관계 새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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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북 적십자 “즉시 돌려보내야”…8·15 이산상봉 무산 시사

정부 “체제보장 구체약속 없자 제쳐뒀던 문제 제기한 듯

한-미 정상회담서 해법 가닥 잡히면 이 문제도 풀릴 것”



북한이 ‘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 탈북’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이를 8·15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연결지으며 남쪽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겨레

5월20일 <노동신문> 갈무리


북한 언론 <조선중앙통신>은 19일 ‘남조선 당국은 괴뢰보수역적패당에 의해 강제유인 납치된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돌려보내야 한다’는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과의 문답 형식 기사를 통해 남쪽 정부가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중국 류경식당 여성 종업원을 북으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남북이 8월15일 광복절을 계기로 열기로 한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무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적십자회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류경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과 8·15 이산가족상봉 행사, 또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개최를 연결시키려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북한이 다음 달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류경식당 종업원’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적십자회 중앙위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인간의 탈을 쓴 박근혜 악마들에게 강제유인 납치된 우리 여성 공민들의 피맺힌 절규와 저주는 괴로보수패당의 비열한 모략적 정체와 추악한 행적을 만천하에 폭로하는 력사의 고발장으로 되고 있다”며 “분노한 남조선의 각계층이 괴로보수패당에 의해 강제 유인 납치된 우리 여성 공민들을 즉각 송환할 것과 박근혜를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당국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를 강력히 요구해 나서고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마땅히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하여야 할 남조선 당국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내외여론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류경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문제를 다루는 남쪽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지난 4월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을 언급했다. 그는 “판문점 선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남조선 당국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유감을 넘어 실망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우리는 반공화국 대결 모략 날조극이며 극악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인 괴뢰보수패당의 집단유인 납치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것이 판문점 선언에 반영된 북남 사이의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전망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남조선 당국에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2016년 4월 류경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이 있은 뒤로 줄곧 송환을 요구했지만, 남북관계가 전격적으로 개선 국면에 접어든 올해부터는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내들지 않았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지도자는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며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며,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또한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최근 국내 <제이티비시>(JTBC) 등 국내 언론이 이 사건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주도로 이뤄진 ‘기획 탈북’이라고 의혹을 제기하자 다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다루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비교적 명확하다. 이미 한국 국민이 된 여종업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원들이 류경식당 종업원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묻자 “현재 정부 입장은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에 와서 한국에 정착해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들 돌려보낸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돌려보낸다는 것 자체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 때문에 향후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실행하는 데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 문제가) 이산가족상봉과 연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22일), 북-미 정상회담(6월12일)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고, 양보를 얻어내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남북이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면 당연히 이산가족상봉에 영향이 끼칠 수밖에 없다. (남쪽 언론에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북한대로 자신들이 입장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향후에 남북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우회하는 법을 찾아서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합의대로 이행하는 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쪽이 류경식당 탈북 종업원 송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은 체제안전 보장이라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이 나오지 않자 그동안 협상 테이블에서 제쳐뒀던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서는 비핵화에 관해 그동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조처들을 취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바라는 체제 안전보장 문제에 대해선 구체적인 약속이 없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가 가닥이 잡히면 이 부분도 함께 풀릴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주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불안해며 요구하는 부분에 관해 설명하면서 미국 쪽의 가시적인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지원 성연철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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