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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고독사 수습하는 '특수 청소업'…"반갑지 않은 호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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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가구가 증가하자 고독사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이에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뒷수습을 담당하는 ‘특수 청소업’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은 ‘시대가 만든 씁쓸한 호황‘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세계일보

일본 무역협회 보고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는 5269명의 특수 청소업 사업자가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 특수 청소업..어떤 일 하나?

특수 청소업은 고독사나 극단적인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의 집 또는 특정 장소에서 이들이 남긴 안타까운 흔적을 청소하고 유품을 정리하여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업체는 주로 주택관리인이나 고인의 친인척 등 가족이 아닌 ‘타인‘의 의뢰를 받아 청소작업을 진행한다.

고독사한 이들의 다수는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그 관계가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하여 타인보다 못한 경우가 많고, 일부에서는 가족이 장례와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서 특수 청소업자들이 일정 비용을 받고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한다.

특수 청소업은 일반이 생각하는 청소와 달리 노동 강도가 상당하다.

이들은 특수 약품과 병균 감염을 피하고자 보호복으로 무장하며, 톱이나 해머 등을 이용하여 흔적을 없애는 일을 한다. 여기에는 장례업자와 폐기물처리업자 등이 공동 작업을 펴기도 한다.

빗자루 등 청소도구가 아닌 보호복과 톱을 챙기는 것은 고독사의 경우 시신발견까지 긴 시간이 경과하여, 이때 발생한 흔적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한 악취를 내고 심한 얼룩을 남겨 앞서 특수 약품이 아닌 이상 흔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해졌다.

또 특수 약품으로도 처리가 곤란한 경우도 많은데, 예를 들어 기둥에서 발견된 흔적이 약품으로 지워지지 않으면 톱 등을 이용하여 남은 부분을 절단해 폐기한다.

한편 일본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들 중에는 사망 사실을 남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이들이 2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소지품은 물론 주변 정리를 완벽하게 하여 신원파악이 어렵다.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은 특수 청소업체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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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고인의 유품을 모아 가족에 전달한다. 가족의 거부로 유품이 폐기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전해졌다. (사진= 영화 굿바이의 한 장면)


■ 특수 청소업..“반갑지 않은 호황”

일본 무역협회 보고에 따르면 현재 일본 전국에는 5269명의 사업자가 특수 청소업을 등록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특수 청소업 민간 자격제도를 처음 도입한 2013년 326개 사업자에서 무려 16배나 급증한 수치다.

특수 청소업의 급성장 배경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것으로, 극단적인 선택은 줄어든 반면, 고독사는 해마다 증가해 5000여 사업자가 쉴 틈 없이 일할 정도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생활 기초조사를 보면 2016년 고령자 1인 가구는 약 655만명으로 10년 전 조사 때 보다 약 1.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핵가족화와 최근 결혼하지 않는 1인 가구 증가로 고독사가 전국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에 따라 특수 청소업 수요가 높아졌다고 관련 업계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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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후 고인의 혼이 집에 머물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 위령제를 지내기도 한다.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애절했다“

일본 오사카시에서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 중인 대표는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은 “애절했다“며 고인이 된 이를 기억했다.

1년 전 고독사한 여성은 오사카에서 홀로 살았다.

그는 도박에 중독된 남편에게서 벗어나고자 20년 전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여성에게는 아들이 있었지만 일 문제로 멀리 떨어진 도쿄에서 살았고, 아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아들을 방치했다‘는 죄책감으로 수십 년간 연락을 취하지 못한 사실이 고인이 작성한 노트에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여성의 소원은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는 거였다.

하지만 그의 아들은 “가족과 인연 끊은 지 오래됐다”며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그리곤 어머니가 남긴 현금을 유품으로 받았다. 노트는 건네받지 않았다.

기업 대표는 "아무리 소원해도 고인은 아들을 그리워할 뿐 만날 수 없었다“며 ”특수 청소업은 고인의 생전 유품을 잘 정리해 전달하고 있지만 가족이 거절하여 폐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매월 150건 가까운 의뢰를 받고 있다. 이는 10년 전보다 15배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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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 밥을 짓는다는 내용의 메모. 고독사한 남성 집에서 발견됐다. 특수 청소업을 운영하는 대표는 "고독사한 이들의 마지막은 애절했다"며 "업계의 씁슬한 호황이 분다"고 말했다. (사진= 마이니치신문 캡처)


60대 이상 노인이 어린이보다 많은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고독사는 피하지 못할 운명처럼 사회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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