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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추적] ②[인터뷰]˝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공방 자체가 말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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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자꾸 이 문제가 마치 논란이 있는 것처럼, 공방이 있는 것처럼 되고 있는데 이게 그럴 사항이 아니거든요. ‘삼성이니까’ 논란이 되는거지 일반 회사가 이런 회계처리를 한다는 건 사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따져물어온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회계사)을 만났습니다.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하면서 4조5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얻은 것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점 등이 관련 규정에 위반되는 것 아닌지 여부를 금융감독원에 물었습니다. 이어 지난해 2월에는 금감원에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감리를 요청합니다. 참여연대의 특별감리 요청이 있은 뒤 약 2달 후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약 1년 만인 지난 1일 금감원은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는 잠정결론을 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이슈 추적] ①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 2년 전 이미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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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진행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전말을 김 소장에게 물었습니다. 김 소장은 “3000억원 정도로 평가되던 자산을 어느날 갑자기 DCF(현금흐름할인법)를 근거로 5조원으로 올리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어떻게 처음 문제를 인지하게 됐나요.

“처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을 보고 거기에서 모니터링을 시작했습니다.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이 과대평가되고 삼성물산은 과소평가되는 움직임이 있었고, 제일모직 자산구성을 하나하나 봤던거죠. 그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에피스의 감사보고서를 보는데 2015년 회계변경과 더불어 약 3000억원 안팎이던 바이오에피스 주식을 5조원으로 계상한 걸 확인했고, 그렇게 시작한 거에요.

그때 발견한 게 지금 내용의 골자인데, 갑자기 91.2% 보유한 회사에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지분법으로 평가해야겠다’면서 3000억원이던 회사를 5조원으로 할증평가한 것을 확인했죠. 보통 감사보고서 주석 공시만으로 분식 혐의를 구체적으로 잡아내기 힘든데, 어떻게 보면 되게 허술했던 거에요.

-금감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질의서에서 ‘문제 없다’고 답변했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다른 언론에서 호도를 하는데, 당시 답변이 두 갈래였어요. 하나는 한국공인회계사 감리결과를 보면 문제가 없었다는 게 하나였고, 다른 하나는 ‘문제 있다’는 답변이었어요. 다른 하나가 뭐였냐면, 지금 바이오젠 콜옵션이 상당히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있던 콜옵션 사항이고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2012~2013년에는 아예 공시가 없었고 2014년에는 두 줄 있었어요. ‘중요한 정보는 공시돼야 한다’는 기업 회계기준 공시의무 위반이라는 질의에 ‘문제 있다’는 답변이 나욌던 거죠.”

-어쨌든 금감원이 특별감리에 착수했잖아요.

“솔직히 별 기대없이 특별감리 신청을 했고, 자꾸 전화를 해서 독촉했습니다. ‘결론이 나올 때가 됐는데’ 싶을 때쯤 뜻밖의 대답을 얻었죠. ‘우리가 특별감리 진행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을 못 내려서 외부 위원회 구성해서 검토하겠다’는 거였어요. 당시에는 금감원의 그런 행보가 상당한 진척인지, 핑계를 마련해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건지 헷갈렸는데 특별감리에 착수하겠다고 해서 상당히 의외였죠. 늘 그래왔듯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끝날 줄 알았거든요.

당시 외부 위원회에 참여했던 전문가, 교수들이 만장일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했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 보면 이 사건이 마치 논란이 있는 것처럼, 공방이 있는 것처럼 얘기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럴 사항이 아니거든요. 삼성이니까 논란이 되는거지 일반 회사에서 이런 회계처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많은 부분 떼어내고 양보한다고 해도요.”

-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가요?

회계사로서 ‘회계사들의 정서’라는 표현을 써보자면, 전혀 안 맞는 거에요. 3000억원 정도로 평가되던 자산을 어느날 갑자기 DCF를 근거로 5조원으로 바꾸는 건 사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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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F, 현금흐름할인법이라고 하는데 너무 어려워서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말 그대로 Discounted cash flow, 미래 현금 흐름을 할인율로, 예를 들어 지금의 1만원과 5년 후 1만원이 다르다, 5년 후 만원은 지금 현재 가치로 8000원이라고 하면 할인을 한 거라는 얘기에요. 3000억원짜리 기업이 향후 가치까지 반영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자산가치가 5조원에 달하는 걸로 나온 거죠.”

-이게 잘 사용되지 않는 방식인가요?

“아니요. DCF는 많이 써요. 이론적으로 또 이상적으로는 이 방법이 맞아요. 또 한편으로 현실에서 가장 손장난이 쉬운 방식이기도 해요. 예를 들어 볼까요. 양현종이라는 선수의 가치는, 가장 정확한 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미래 4년에서 몇 승을 할 것인가가 관건이에요. 재무관리 교과서에서라면, 이게 이론적으로는 제일 정확한 거겠죠.

그런데 미래에 양현종이 몇 승을 할 건지, 삼성전자가 2019~2022년 얼마를 벌 것인지는 대단히 자의적으로 평가되곤 해요. 결국 뭐가 좌지우지 하겠습니까.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가, 경향신문이 나중에 얼마를 벌 것인가는 결국 매출에 의존해요. ‘매출이 얼마냐’ 외에는 다 부수적이에요. 조금 과격하게 말하면 매출이 얼마냐에 따라서 인건비, 투자계획, 차입, 재고자산 등이 어떻게 될 지 결정된다는 겁니다.

결국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는 안진회계법인이 하든 KPMG가 하든, 삼일회계법인이 하든, 미래 매출을 얼마로 추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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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매출은 누가 내놓는건가요?

“결론으로 가볼게요. 국제회계기준이나 업계 관행은 모두 회사가 제시하는 것이에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또는 최소한의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사실 실무적으로는 법적 책임 안 지려는 데서 기인하죠.

‘현금흐름은 경영진이 승인한 최근 재무예산·예측에 기초하여 측정한다’ 국제회계기준 1036호에 있어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를 DCF로 평가한다고 할 때,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진이 제출한 매출계획으로 해야한다는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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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가 5조원이 됐다는 건, 경영진이 재무 예측을 그렇게 했다는 뜻이네요.

“여기서 의문점이 발견됩니다. 바이오에피스 2015년 감사보고서를 볼까요. ‘당사는 당기 및 전기 중 향후 예상연평균이익이 각 회계연도에 소멸되는 이월결손금 및 세액공제이월액에 미달하여 이연법인세자산의 실현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판단함’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어요. 문구는 어렵지만, 쉽게 설명하면 ‘향후 10년 동안 과거 손실을 넘기는 유의미한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거에요. 2012~2015년 생긴 누적손실이 2000억원인데, 향후 이익이 이걸 충당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바이오에피스 경영진 스스로 ‘향후 유의미한 이익은 없다’고 했는데 다른 쪽에서는 ‘기업 가치가 5조원에 달한다’라고 했으니 이게 말이 안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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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매출 변화는요?

“역시 손실입니다. 2016년 당기순손실 1060억원, 2017년 882억원.”

“삼천포로 빠져볼게요. 이 부분을 지적해봤으면 하는데, 지배종속 관계로 평가하든 지분법으로 평가하든, 둘은 금액이 정확히 일치해야해요. 지배종속회사는 연결로 회계처리를 한다는 거고, 관계회사는 지분법으로 회계처리를 한다는 건데, 이건 개념이 어려워서 어디 가서 얘기를 안한건데…”

-해주세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재무제표로 평가하든, 지분법으로 평가하든 원래 둘의 가격은 일치해야해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아니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를 연결로 할 때 1만원이라면 이 회사를 지분법으로 평가하더라도 정확히 1만원이어야 해요. 연결로 1만74원이었으면 지분법로 1만74원이에요. 연결로 1만74.567456925이면 지분법도 1만74.567456925이에요. 둘은 다를 수가 없는거에요. 특정 시점에서 두 숫자는 달리질 수 있지만, 결국은 상각이라는 회계처리에 의해 어느 시점에서는 같아져야해요.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시점을 엄청 길게 잡아버린거죠.

-연결로 할 때는 장부가격, 지분법으로 할 때는 공정가치… 이 차이 아닌가요?

“평가방법이 바뀌는 특정 시점에, 최초로 바뀐 회계방식을 적용하는 시점의 가액을 ‘공정가치’로 하라고 회계기준이 정해둔거고, 보기에 따라선 별 의미 없는 상투적인 어법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친자식’이라면서 계속 연결로 해오다가, 2015년에 봤더니 ‘친자식이 아니었다’라며 지분법으로, 바이오에피스의 자산을 따로 떼어내서 평가한다고 한겁니다. 자식인 줄 알았는데 DNA 검사해봤더니 아니라서, ‘따로 나가 살아라’며 자산을 뜯어냈더니 재산이 5조원으로 늘어났다는 건데요. 애초 연결·지분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아주 황당한, 말도 안되는 일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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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에서 계속>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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