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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금융감독 체계 개편' 소신서 한발 물러난 윤석헌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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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돕는게 금감원 역할

위험관리 본연 업무에 집중"

취임前 '쌍봉형' 주장과 차이

"일일이 시장에 관여 안할 것"

전임 원장과 '차별화' 시도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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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시절 ‘금융위원회 해체’를 주장해 온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8일 “주어진 법과 틀 안에서 금융위원회를 도와주는 것이 금감원의 역할”이라고 밝혀 자신의 오랜 소신을 사실상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현안을 놓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전선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취임 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가졌던 강력한 의지가 많이 후퇴했다는 관측이다.

윤 원장은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장으로서 예전처럼 자유롭게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를) 얘기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에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가 가져가고 금감원은 검사기구와 감독기구로 나눠 ‘쌍봉형’ 독립성이 강화된 금융감독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 취임 후 금융위와의 정면충돌이 예상돼왔다. 하지만 윤 원장은 취임 직후와 이날 거듭해서 금융위와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감독체계 개편 관련 갈등은 수면 아래로 완전히 가라앉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장은 이어 “금감원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라며 미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증권 배당오류 등 산적한 현안해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원장은 앞으로 큰 틀에서 금융시장 위험관리, 금융회사와의 신뢰 구축, 금융소비자 보호, 금융시장 질서 확립 등을 중점으로 금융감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의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 금감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시장과 원활히 소통해 금융회사가 실물경제와 금융혁신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권의 영업관행을 개선하고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원장은 시장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김기식 전 원장 등이 지배구조 개선 등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신관치 논란을 일으키며 시장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던 것에 대한 반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금융회사의 영역에 일일이 관여하는 낡은 감독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며 “금융사와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그동안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 등에 대해 감독당국이 직접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를 보여왔다. 또 금융시장의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적극 추진하고 소비자 피해 유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대응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은행권 가산금리나 저축은행 고금리에 대해서는 “금리체계가 과연 적절하고 합리적인지는 계속 지켜보겠다”며 금리체계 개선은 중점적으로 살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 윤 원장은 “감리위원회가 평가해야 하니 금감원이 현 상황에서 뭐라 더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증권사의 초대형투자은행(IB) 진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윤 원장이 초대형 IB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NH투자증권 등이 인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었다. 그는 “자본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IB도 육성해야 한다”며 “다만 되도록이면 간접금융 대신 직접금융으로 활성화되는 게 좋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고령화 진전에 따라 안정적 노후생활에 기여하는 금융상품 개발 등 대응방안도 논의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감독방향을 큰 틀에서만 우선 제시하고 구체적인 업무는 천천히 진행해 시장의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라면서 “주요 현안들 때문에 금감원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데 금융권 ‘워치독’으로서 관심을 최대한 덜 끄는 것이 금감원에 좋다”고 설명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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