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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바 의혹, 바이오젠 공동경영 거부 입증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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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 회계 관련 첫 감리위 열려

국제기준상 종속 → 관계사 전환 땐

회사 가치 시장가격으로 평가 가능

금감원 “경영권 행사 무산 사실 감춰”

삼바 “바이오젠, 의사 밝힌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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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감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규정 위반 혐의를 논의했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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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17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회계 규정 위반 사건을 처리하는 감리위원회에서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을 공개했다. 금감원이 감춰뒀던 스모킹 건을 내놨는데도 삼성 측은 조목조목 반발하고 있다.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방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부정 의심을 받는 이유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2015년에 와서 단숨에 1조9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3300억원을 합작 투자해 세운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2015년에 와서 시장가격(공정가치)이 4조8000억원으로 평가됐고, 이 가치가 회계장부에 반영된 게 그 이유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초기 투자원금으로 기록했던 에피스의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반영할 수 있었던 건 ‘종속회사’였던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다. 삼성 측에선 에피스의 시장가치가 5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합작 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애초부터 보유하고 있던 공동 경영권(콜옵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바이오젠이 공동 경영에 나설 ‘실익’이 커지면 삼성은 이사회를 장악할 수 없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를 더는 ‘종속회사’로 취급하지 않은 이유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게 되면 회사 투자가치를 시장가격으로 바꿔 기록할 수 있다.

금감원이 이 과정에서의 회계 부정을 주장하는 ‘스모킹 건’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금감원은 바이오젠이 2015년 말 에피스에 대한 공동 경영권 조기 행사 요청이 무산된 사실을 거론했다. 삼성 측은 당시 바이오젠에 공동 경영권을 행사해 제품 개발 자금을 보태 달라고 요구했지만 바이오젠은 요구에 응하지 않고 무리하게 개발 약품에 대한 판매권한(판권)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 요구를 거부하면서 바이오젠의 공동 경영권 조기 행사가 무산됐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사건은 바이오젠이 공동 경영권 행사 의향이 담긴 문서(Letter)를 삼성 측에 보낸 시점(2015년 7월) 이후에 발생했다. 금감원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의 공동 경영권 행사 가능성을 높게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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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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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그동안 감췄던 스모킹 건을 드러냈는데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바이오젠은 2015년 7월 공동 경영권 행사 의향을 밝힌 문서를 보낸 이후 공동 경영권 행사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당시 공동 경영권 조기 행사 관련 논의는 에피스가 2016년을 목표로 추진한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야무야되면서 더는 얘기가 오가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도 “바이오젠 입장에선 초기 500억원을 투자한 회사의 시장가치가 2015년 8월에 와서 5조원대로 평가됐기 때문에 공동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무조건 이익”이라며 “이런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 오히려 회계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두 번째 스모킹 건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바이오젠과의 공동 경영권 관련 계약을 회계장부에서 누락한 이유를 정당화하려고 자료를 급조한 정황을 들었다. 금감원이 최근 채권평가사 에프엔자산평가를 조사한 결과 2014년 말 기준 공동 경영권 계약 가치를 2015년 말에 와서야 평가했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동 경영권 관련 계약을 2015년부터 1조8000억원 규모의 ‘부채’로 인식했다. 만약 이 정도 규모 부채가 그 이전부터 회계장부에 공시됐다면 모회사 제일모직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논리다. 제일모직 주가에 불리한 정보를 감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산정할 때 제일모직에는 유리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해서도 “완전한 소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2015년 말 공동 경영권 가치를 에프엔자산평가를 통해 평가한 이유는 그때부터 에피스의 가치가 높아져 공동 경영권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그 전에는 공동 경영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낮았으므로 회계장부에 기록하지 않는 것이 올바른 회계처리”라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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