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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팔찌·벽지도?…분노로 번지는 ‘라돈 침대’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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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라돈 뿜는 ‘음이온 파우더’ 광범위 사용

소비자들 라돈측정기 구매행렬

2007년 돌침대·온열매트서도 검출

6년전 시행된 생활방사선법 ‘구멍’

원안위, 관리커녕 유통파악도 못해

소비자 집단소송 대상, 정부도 넣기로



한겨레

한 라돈측정기 생산 업체의 주문 지연 공지문. 인터파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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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을 방출하는 모나자이트가 침대 외에 일부 건강 팔찌·목걸이와 벽지 등 다른 생활용품에도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나자이트를 가루 형태로 만든 ‘음이온 파우더’가 그동안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일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에 모나자이트를 판매한 업체를 포함해 66곳에 공급된 것은 파악됐지만, 그 뒤 유통경로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생활방사선법상 원료물질은 수출입업자 모두 원안위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수입업자의 경우 최초 판매 대상까지만 보고하도록 돼있어 그 뒤의 유통 현황은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0일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1개를 조사한 결과 연간 외부피폭 방사선량이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정한 가공제품 안전 기준(1밀리시버트)에 못 미치는 0.06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고 밝혔다가, 닷새가 지난 뒤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7종의 연간 피폭선량이 1.59∼9.35밀리시버트로 측정됐다며 제품수거 등 행정조처에 나서겠다고 말을 바꿨다.

전문가들은 원안위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한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생활방사선 물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전문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했다.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안전 불감증과 안전관리 능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며 “원안위 차원에서 대진침대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모나자이트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에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온열매트와 돌침대에서, 2011년엔 벽지에서 방사선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당시 자연방사선이 방출되는 희토류 광물질 유통과 사용현황에 대해 실태조사를 하고, 규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 생활방사선법이 제정돼 2012년 7월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법에 허점이 많아 생활방사선 물질의 취급 범위와 유통경로가 제대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모나자이트 음이온 파우더는 최근 인기가 높은 일부 건강 팔찌, 목걸이는 물론이고 벽지에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어버이날 선물로 부모님께 건강 팔찌를 선물한 주부 김현미(40)씨는 “건강에 좋다는 음이온이 나온다고 해서 샀는데 너무 걱정된다”며 “부모님께 일단 차지 말라고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공포는 라돈측정기 품절 소동으로 이어졌다. 한 라돈측정기 생산 업체는 “주문량 증가로 22일 이후에나 배송이 가능하다”고 공지를 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일단 안전성 검증이 끝나기 전까지 음이온 제품 구매를 삼가라고 조언한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탈핵팀장은 “음이온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를 썼을 가능성이 크다”며 “음이온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명확하게 입증된 것이 아니니 굳이 음이온 제품을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진침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해온 소비자들은 정부를 소송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과거부터 모나자이트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도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책임을 방기했다는 이유다. 이미 법무법인에 위임장을 낸 소비자만 1600여명에 이른다.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는 “기형아를 출산했다는 사례가 접수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피고에 포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부는 라돈 검출 사건을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규정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 안전사회소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라돈 방사성 침대 관련 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범정부적인 종합 대책”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배종근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장은 “모나자이트에 대해 현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겠다”며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제한하거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매트리스와 사업장 실태조사를 비롯해 유통망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정국 최하얀 정환봉 기자 jglee@hani.co.kr



※열쇳말

♣모나자이트♣ 대표적인 희토류 광석으로 미량의 우라늄과 토륨을 보유하고 있음. 음이온을 방출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우라늄과 토륨의 농도가 높으면 발암물질인 라돈이 대량 발생됨.

♣라돈♣ 무색·무미·무취의 자연방사성 기체. 암석, 토양 중에 존재하며 주로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됨.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암연구센터(IARC)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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