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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은 어떻게 '저널리즘'을 망가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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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드루킹 사건’으로 불거진 댓글 조작 논란과 관련해 1차 정책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에서 직원들이 출근하는 모습.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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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로 대표되는 거대 포털은 한국의 디지털 저널리즘을 훼손시켰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가 17일 오후 3시 열린 '기자와 독자가 말하는 포털뉴스 서비스의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들은 “포털이 저널리즘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편리한 뉴스가 바람직한 뉴스는 아니다”라는 데 뜻을 모았다.

박영흠 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용자 친화적 포털 뉴스는 정말 이용자 친화적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선 포털 뉴스가 이용자의 편리성을 증진시킨 점을 설명했다. 박 선임연구원은 “포털뉴스는 뉴스에 대한 이용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깔끔한 편집, 짧은 로딩 시간 등을 통해 효율적인 뉴스 이용 환경을 구축했다”며 “또 다양한 매체의 분산된 뉴스를 한 곳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등 포털이 뉴스 이용의 편익을 증진시켰다는 주장은 일정 부분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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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로고 [사진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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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박 선임연구원은 포털이 뉴스와 이용자를 매개하고 연결해주는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유익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박 선임연구원은 “포털은 생산품(뉴스)과 이용자를 더 가까이 연결시키긴 했지만 생산자(언론사)와 이용자 사이는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포털 뉴스를 이용하는 이들 중 뉴스 브랜드를 인지하는 이는 전체의 24%에 불과하다”며 “언론사와 이용자 간의 단절 이후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뉴스 품질의 급격한 하락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포털이 뉴스를 매개하면서 언론사가 더 이상 가치와 지향을 담으려 시도하지도 않고, 장기적인 신뢰 형성을 목표로 삼지도 않게 됐다는 얘기다.

박 선임연구원은 “포털 환경에서 좋은 뉴스를 만드는 것은 언론사의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좋은 뉴스를 생산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며 “탐사보도를 통해 특종을 해도 그 특종을 만들어낸 언론사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거나 신뢰도를 향상시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즉 언론사는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도 성과가 적은 탐사보도보다 클릭을 유도해 비용 대비 수익 창출 효과가 큰 기사에 집중하게 된다는 얘기다. 박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한 근거로 급증한 연예스포츠 분야의 연성 뉴스를 들었다.

박 선임연구원은 “2017년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세계 36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의 뉴스 신뢰도가 23%에 불과해 최하위 수준이었다”며 “일차적으로 언론사의 책임이겠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도록 설계된 포털 환경의 구조적 한계도 지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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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2차 댓글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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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포털이 이용자들을 ‘수동적인 뉴스 소비자’로 제한한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주장한다. 그는 "플랫폼과 이용자간 권력관계는 비대칭적”이라며 “포털 뉴스 이용자들은 다양한 욕망과 취향을 가지고 있지만, 플랫폼은 고도의 설계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미끼를 던지고 이를 물도록 유도해 의도된 취향만 갖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중들은 저질 연성 뉴스를 선호한다’거나 ‘뉴스 이용자들은 가치를 배제한 중립적 뉴스를 선호한다’는 명제 또한 유도된 것으로, 검증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박 선임연구원은 “포털은 이용자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이용자로 한계 짓고 성찰과 숙고 속에서 사유하는 이용자는 배제하거나 소외시킴으로써 디지털 저널리즘이 도약할 기회를 빼앗았다”며 “한국의 이용자들은 포털 자본에 포섭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잠재적 가능성을 되찾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주제 발제를 맡은 한겨레 이봉현 경제사회연구원 저널리즘센터장 또한 포털이 여러 매체의 다양한 뉴스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비교 가능하게 해 뉴스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켰다는 데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별 언론사의 브랜드가 사라지고, 언론사가 포털에 뉴스를 납품하는 업자로 전락함으로써 저널리즘을 훼손시켰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포털에서 모든 제휴 언론사의 뉴스는 동일한 조건에서 채택되고 노출되는데 이 덕분에 과거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소규모 매체나 소수자가 발언 기회를 갖게 되는 포털의 순기능도 있었다”면서도 “다만 품질, 시설규모, 법규 등 진입장벽이 사라져 언론사의 난립과 과당 경쟁을 낳아 저널리즘의 품질을 하락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실제 포털의 검색 제휴를 목표로 하는 직원 수 2~5인 규모의 소규모 인터넷 언론사가 확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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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포털 관련 토론회 포스터 [사진 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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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소규모 언론사가 모두 질 낮은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나 인력, 경험, 네트워크 부족으로 어뷰징이나 표절, 보도자료 베껴쓰기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며 “베껴쓰기와 어뷰징이 만연해 10일 취재한 기사든 10분 투자한 기사든 차별성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특히 연예스포츠 뉴스를 보면 홍보 대행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 올린 기사가 만연하다. 이 센터장은 “이 때문에 대규모 취재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공적 기능을 수행해 온 전통적 언론사들은 수익성이 나빠지며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센터장은 “뉴스 서비스의 아웃링크(클릭시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생산한 곳에서 뉴스를 읽는 것이란 관행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언론사는 최고의 콘텐트를 적시에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게 목표이며, 언론은 독자에게 유용하며 영향력 있는 기사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이 두가지가 적절히 만날 수 있는 지점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발제자 모두 언론사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는 데에 동의했다. 이 센터장은 "포털 문제는 포털만의 책임이 아니다"라며 "콘텐트가 많아진 시대, 시민들이 개별 언론사의 디지털 콘텐트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디지털 콘텐트의 품질, 편집이나 편성 등에 있어 전문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원도 "언론사들은 포털이 저널리즘을 악화시키는 과정의 '피해자'인 동시에 '공범'이었다"며 "포털뿐 아니라 전통적 언론사들도 능동적 소비자를 위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왔고, 포털의 여론 독과점이 해소된 빈자리를 대체하기에는 언론사들이 도덕적 정당성과, 저널리즘적 역량도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사가 이용자와 더 밀착한 상태에서 책임 있는 보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욱 치열한 성찰과 변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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