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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번에도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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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충청일보 사설]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한달도 안 남겨놓은 시점에 한미 공군의 연례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가 "판문점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며, "조미수뇌상봉(미북정상회담)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등 위협을 늘어놨다.

16일 밤 0시 30분에 전통문 한 장을 보내 당일 예정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으니 한 밤 중에 홍두깨를 휘두른 셈이다. 청와대는 무기력하게 대응했다. 훈련의 정당성을 담은 반박문을 즉각 내놨어야 했는데 하루반나절이 지나서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게 우선"이라며 지나치게 신중하고 낮은 자세를 보였으나 진의를 헤아리는 자상한 모습은 북한을 더 오만하게 만든다.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남북 직통 전화가 개설도 있음에도 달랑 통지문 한 장을 보내는 식으로 북한이 무례하게 손바닥 뒤집기를 한것은 한 두번이 아니다. 북이 전통문에서 판문점선언을 매우 존중하는 듯이 표현했지만, 그들이 먼저 더 근본적으로 이를 무력화시킨 셈이다. 판문점선언 이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 훈련을 수용한다고 밝혔고, 선언에는 '남북 쌍방 간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 해결을 위해 군사당국자회담을 개최한다'고 적혀있다.

우리 국민들 사이엔 "그러면 그렇지, 혹시나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라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판문점 회담 때 감동적인 회동 장면들을 보고 통일이 다 된 것같은 환상에 젖어 있었던 만큼 실망이 더 컸을 것이다.

북한의 이번 행태는 그들의 체제유지 생명줄인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에 대한 진의를 다시 한번 의심케 한다. 강경 자세에서 갑자기 대화에 나선 것도 미국과 서방 각국이 주도한 강력한 제재를 벗어나고 숨통을 트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나마 북한이 예상보다 너무 빨리 속을 드러낸 것이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이 섣부른 통일 기대감에 정신무장을 완전히 벗어던지기 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북핵ㆍ미사일 폐기에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조기에 대북압박을 해제하는 오판을 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예전에 톡톡히 재미를 봤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한다고 강경 모드로 돌변했는지 모르지만 얻는 더 강한 제재 뿐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미북 정상회담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한 저들의 협박은 고스란히 자신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북정상회담은 북한에게는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지만, 미국이나 한국에겐 생존을 좌우할 정도로 막중한 의미가 담긴 행사는 아니다. 북한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빨리 착각에서 벗어나야 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판국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국방부장관이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 맥스선더 훈련에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는 한미동맹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사항을 발설하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문 특보가 더 이상 외교ㆍ안보ㆍ국익에 도움 안 되는 말들을 더 이상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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