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결혼 행진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수필가

충청일보

[김진웅 충북수필문학회 회장ㆍ수필가]가정의 달인 5월, 바야흐로 결혼의 계절이다. 제자들을 비롯해서 주례를 여러 차례 서주다 보니 결혼과 출산에 대하여 관심이 많다. 종일토록 봄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에도 몇 달 전부터 부탁받은 주례를 하며 많은 생각을 하였다. 참석한 하객(賀客)들도 빗길에 불편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결혼식 날 비가 오면 잘산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비가 알맞게 내리면 농사가 잘 되어 풍족하여 이런 말이 있겠지만, 축복받은 날에 비가 오면 기분이 안 좋을까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덕담 같다.

요즈음 아기 울음소리 듣기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결혼행진곡도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이 심히 우려스럽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가 5.2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다. 청년실업 문제, 집값 상승 등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단념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면서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고, 전문가들은 올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35만7000명)보다 더 줄어들면서 사상 최저치를 나타낼 것이라 한다.

점점 급변하고 있는 결혼의 고령화 현상과 20, 30대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구조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혼인 절벽 현상까지 가속하고 있어 큰 과제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도 출산과 육아 중심에서 결혼을 장려하는 쪽으로 추진해야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지난해 전체 혼인 건수가 26만4500건으로, 2016년보다 6.1% 감소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혼인 건수는 1974년 25만9600건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1000명당 혼인건수인 조혼인율(粗婚姻率)은 2014년 6.0건을 나타낸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 올해 다시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하락했다니….

요즘 거리를 다녀 봐도 배부른 임신부(姙娠婦)를 보기가 쉽지 않다. 그날 예식장에서 단 한 분을 보고, 마치 필자의 며느리가 아기를 잉태한 것처럼 축하라도 해주고 싶었고, 식당에서 아기가 마구 울어도 손님들이 전처럼 불평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저출산을 우려하는 심정일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산책할 때도 애완견을 안거나 데리고 나온 사람은 많아도 아이의 손을 잡고 다니는 사람은 너무 드문 현상은 안타깝고 애처롭기 그지없다. 필자의 집 주변엔 네 곳의 어린이집이 있다. 그중에서 바로 인접한 ○○어린이집 원장님은 만날 때마다 어린아이들 때문에 시끄러울 것이라고 미안해하지만, 오히려 반가운 것은 필자가 교육자라서일까 저출산을 걱정해서일까.

앞으로 결혼행진곡과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좀 더 많이 듣고 싶다. 한 해의 혼인율은 그담 해 출산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지난 60년대에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로 시작해서, 70년대에는 '딸ㆍ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했던 가족계획 표어가 2004년부터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 갖고 싶어요.'로 바뀐 것처럼 결혼 장려, 출산 장려 정책이 뿌리내리도록 젊은 층을 비롯한 온 국민이 지혜를 모을 때이다. 자녀는 하늘이 준 최고의 선물이고 행복이니까.

충청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