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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캅’ 볼턴 vs ‘굿캅’ 폼페이오, 동지인가 라이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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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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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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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와 존 볼턴을 각각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히겠다고 발표하자 현지에선 ‘전쟁 내각’을 구성했다는 우려 섞인 평가가 쏟아져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모두 이란 핵 합의 파기를 찬성하고 북한의 정권 교체를 공공연하게 거론한 ‘초강경파’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지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파기를 결정한 이란 핵 합의를 둘러싸고 폼페이오는 이를 끝까지 살리려 백방으로 뛴 반면, 볼턴은 파기를 주도해 행보가 엇갈렸다. 폼페이오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두 차례 방북하는 등 미국 외교의 ‘얼굴’로 떠오른 반면, 볼턴은 매우 강경한 대북 협상 조건을 거론하며 ‘야성’을 뽐냈다. 북한은 볼턴의 이 같은 강경한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폼페이오와 볼턴이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 ‘굿캅(좋은 경찰)’과 ‘배드캅(나쁜 경찰)’의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주류의 평가다. 그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이들이 역할 분담의 차원을 넘어서 각자의 오랜 ‘개인적 야심’을 펼쳐가는 과정에서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통령의 핵심 측근 ‘0순위’인 이들 사이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따라 국제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굿캅’ 폼페이오와 ‘배드캅’ 볼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는 게 매우 많다. 내가 (주제에서) 약간 벗어난 질문을 해도 답을 했다. 메모지도 없었다.”

폼페이오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CBS 방송에 출연해 ‘방북 때 만난 김정은의 무엇이 인상적이었냐’고 진행자가 묻자 흐뭇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평가했다. 김정은을 7번 언급하면서 모두 ‘체어맨(위원장)’이라고 부르며 예우했다. 같은 날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나라와 주민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를 만들길 열렬히 원한다”며 “그가 그렇게 할 준비가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변화 이행 과정이 성공하도록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볼턴은 같은 날 ABC 방송에 출연해 비슷한 질문을 받았지만 즉답을 피했다. 진행자가 ‘김정은이 당신이 생각한 그 독재자가 맞냐’라고 묻자 “김정은을 두 번이나 만난 폼페이오 장관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대신 특유의 매서운 눈매로 진행자를 노려보더니 “북한 비핵화는 핵무기를 모두 미국 테네시주로 옮긴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리비아식 해법’을 꺼내들기까지 했다. 북미 회담 의제로 대량살상무기(WMD)도 포함될 거라고 압박하더니 인권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외교가에선 폼페이오-볼턴의 이런 엇갈리는 메시지를 ‘굿캅(폼페이오) VS 배드캅(볼턴) 역할 분담론’으로 보고 있다. ‘최대의 압박’과 ‘최대의 관여(보상)’이라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을 두 핵심 인사가 역할 분담을 통해 극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상대방을 정신 못 차리도록 휘젓고 뒤흔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협상 전략이 폼페이오와 볼턴 두 명에게 상반된 북핵 역할을 맡기는 전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치인’ 폼페이오와 ‘이념가’ 볼턴

하지만 ‘굿캅’과 ‘배드캅’이란 협업 이면에 라이벌 관계가 존재한다는 해석도 있다. 둘이 역할 분담에 그치지 않고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부딪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9일 “폼페이오와 볼턴은 동지처럼 보이지만, 그들의 개인적 목표는 완전히 다르다”며 “그들이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폼페이오는 대권이란 야심까지도 품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며 “그에게 있어서 국무장관직은 반드시 성공으로 끝나야만 하는 자리다”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이어 “(그렇기에 그는) 볼턴에 비해 더 장기적으로 사안을 바라보며, 그 상대가 북한이든 이란이든, 이라크전이 재탕되도록 둘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정치인으로 대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초강경파였던 그를 실용주의자로 변모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볼턴은 선출직엔 관심이 없는 철저하고 유능한 ‘이념가’다. 폴리티코는 그의 목표가 “외교상의 다자주의자들과 맞서 싸워 전술적 승리를 거두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힘의 행사’ 뒤에 생겨날 수 있는 문제들은 그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볼턴에게 있어서 (국가안보보좌관 직책은) 그의 (이 같은) 이념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둘의 목표가 ‘정치적 승리’와 ‘이념적 승리’로 첨예하게 갈리는 형국인 가운데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대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 국장은 “(폼페이오가) 실패한다면 득을 보는 사람은 볼턴”이라며 “둘 사이에 긴장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1승 1패’ 폼페이오와 볼턴

상충되는 목표를 품고 있는 둘은 이란 핵 합의 파기 국면에서 실제로 충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기에 찬성한 볼턴이) 이를 논의하기 위한 국가안보회의(NSC) 확대회의를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다”며 “볼턴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합의 파기와 관련한) 조언을 건넸다”고 12일 전했다. 같은 시간 “(폼페이오는) 유럽 외교관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합의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9일 미국이 합의에서 끝내 탈퇴하기로 결정하자 NYT는 “볼턴은 대통령으로 향하는 분명한 소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통령이 보고받는 이야기들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소에 자신을 ‘친(親)미국주의자(pro-American)’이라고 지칭해온 볼턴이 ‘아메리카 퍼스트’란 표현을 즐기는 트럼프와 ‘편안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이란 핵 합의 국면을 통해) 트럼프 외교·안보팀 안에서 벌어지는 ‘힘의 균형’의 이동이 포착됐다”며 “(생각보다) 깊은 분열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는) ‘트럼프팀’의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이다”라는 해석이다.

반면 폼페이오는 북-미 정상회담의 물밑 협상을 주도하며 대통령의 확고한 측근으로 자리매김해 ‘1승’을 챙겼다. 폼페이오와 볼턴이 각각 이란과 북한에서 승리와 패배를 나눠가지며 ‘1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트럼프 백악관’에서 참모들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안보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 참모가 다른 참모를 완전히 가리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백악관에선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 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참모들의 역학관계는 여전히 중요한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끈질긴 조언에 끝내 마음을 바꾼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판문점이 아닌 싱가포르를 택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NYT는 “참모들은 판문점이 ‘비핵화’ 보다 ‘평화의 가능성’에 더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 같다며 그 상징적인 의미를 우려했다”며 “(싱가포르 선회는) 참모들의 작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