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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 그렇게 바르다가 산호초 다 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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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자외선 차단과 위기의 산호초

하와이, 자외선차단제 판매 금지법 통과

선크림 주성분인 옥시벤존·옥티녹세이트

해마다 1만4000t씩 산호초에 흘러들어

기형, 하얗게 탈색되는 백화, DNA 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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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에서 바르는 자외선 차단제는 산호 생태계를 파괴한다. 몸에 바르는 것보다 모래 등에 흘렸을 경우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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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주의회는 지난 5월1일 산호초 보호를 위해 두 가지 화학물질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가 전했다. 주지사가 서명하면 2021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세계 최초로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금지하는 사례가 된다.

산호 지키는 자외선차단제 사용법
산화아연 등 광물질로 만든 물리적 차단제는
옥시벤존 등 화학적 차단제 비해 덜 해로워
바른 즉시 효과…화학차단제는 30분 뒤부터
스프레이형 가장 악영향…긴옷·모자 적극 활용을




이번에 주의회를 통과한 법률안의 요지는 하와이의 해양환경과 생태계에 유해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된 옥시벤존(Ozybenzone·벤조페논-3 Benzophenone-3)과 옥티녹세이트(Octinoxate·옥틱 메톡시신나메이트 Octyl Methoxycinnamate)라는 두 가지 성분을 함유한 자외선 차단제 판매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의사 처방에 의한 판매는 예외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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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죽이는 두 물질


문제가 되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는 3500개가 넘는 자외선 차단제품에 들어갈 정도로 널리 사용되는 성분이다. 자외선 차단제뿐만 아니라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샴푸 같은 다양한 제품에도 들어 있다. 이들은 유해한 자외선을 흡수하여 피부가 손상되는 것을 막아주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는 동안 물에 씻겨나가 산호와 어류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1만4천여t의 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로 흘러들어 간다고 한다.

옥시벤존은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품에 함유되는 성분인데, 특히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에 많이 사용된다. 옥시벤존은 어린 산호에 치명적인 기형을 초래하며, 산호가 하얗게 탈색되는 백화현상을 초래하고, 디엔에이(DNA) 손상을 가져오며, 성장과 번식에도 악영향을 준다. 또한 이 물질은 ‘내분비 교란물질’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여 수컷 물고기가 암컷화되게 만들거나, 생식 관련 질환을 유발하고, 배아 발달단계에서 기형을 유발한다.

이 물질은 포유동물에게도 해롭다고 하는데, 수컷 포유동물의 정자 발달에 해로우며 정자 숫자를 줄인다. 수컷의 전립선 무게를 감소시키고, 암컷의 자궁 무게를 감소시킨다. 미국 해레티쿠스환경연구소에 의하면 옥시벤존은 사람의 16~25%에게 광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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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가 있는 바닷속을 한 잠수부가 지나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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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레티쿠스환경연구소와 하와이대학교 태평양생물학연구센터, 미국 해양대기청(NOAA),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동물학과 등의 연구진이 참여해 2015년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옥시벤존은 62ppt의 농도만으로도 산호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올림픽경기장 규격의 수영장 6.5개 양의 물(16,250톤)에 단 한 방울의 옥시벤존이 들어있으면 산호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이들의 연구에서 카리브해의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바다의 산호초 일대에서 750~1400ppt에 달하는 옥시벤존이 검출되었다. 최근 하와이의 바닷물에서는 최대 4252ppt의 옥시벤존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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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난자 생산 못하는 산호들


2016년 6월에 하와이에서 열렸던 국제산호초심포지엄에서 연구 발표자료에 의하면, 미국 플로리다 키스제도 같은 곳의 경우 산호들은 정자와 난자를 생산하지 못해 번식할 수 없었다. 반면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바다의 산호들은 정상적인 번식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와이와 플로리다, 버진아일랜드처럼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의 바다에는 옥시벤존이 높은 농도로 존재했는데, 특히 만조기에 농도가 높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이용하는 분무형 자외선 차단제 때문인데, 해변에서 사람들이 몸에 자외선 차단제를 뿌릴 때 많은 양은 사람 피부에 묻지 않고 바닥에 떨어졌다가 밀물이 닥치면서 해변 바닥에 남은 자외선 차단제가 바닷물에 씻겨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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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산호 군락인 오스트레일리아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대보초).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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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옥티녹세이트는 산호 체내에 있는 바이러스를 활성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티녹세이트 때문에 바이러스가 더 활발하게 증식하고, 결국에는 산호를 죽게 한다.

보석으로 가공하기도 하고, 얼핏 보기에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것도 많지만 산호는 광물이나 식물이 아니라 엄연한 동물로 말미잘과 해파리와 가까우며 이들처럼 촉수를 이용해 바닷속의 작은 생물을 잡아먹는다. 산호는 몸이 부드러운 연산호와 딱딱한 경산호로 분류되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산호는 경산호다. 경산호는 자신의 작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 탄산칼슘 성분의 물질을 분비해서 딱딱한 골격을 이루는데, 수많은 산호 개체가 함께 살면서 탄산칼슘을 분비하니까 그것들이 오랜 시간 동안 모여서 바위나 나뭇가지 모양을 이룬다. 이들이 더 커지면 산호초가 되고, 산호섬이 되기까지 한다.

미국 해양대기청에 의하면 전 세계의 산호초는 어족 자원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며,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매년 300억달러가 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산호초는 해일 피해를 줄여주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기후변화를 막는 데도 기여한다.

지금 산호들은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점점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 탄산이 되어 바닷물을 산성으로 만들고 있고, 기후변화 때문에 바닷물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산호의 백화현상이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각종 개발과 어자원 남획, 오염, 외래종 침입, 무분별한 관광행위 등 때문에 산호는 더욱 살기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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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 지키는 자외선차단제 사용법은?


그러면 이제 산호를 보호하기 위해 해수욕과 각종 레포츠를 즐길 때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말아야 할까? 그것은 아니다.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포함되지 않아 산호에 비교적 덜 해로운 자외선 차단제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화학적 차단제와 물리적 차단제의 두 종류가 있다. 화학적 차단제는 옥시벤존이나 옥티녹세이트가 대표적인데, 이들 벤젠 계열의 유기화학물질은 자외선을 받으면 그 에너지를 흡수해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피부로는 자외선의 에너지가 침투하지 못하게 한다. 햇볕에 노출되기 30분 전에 발라야 효과를 제대로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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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차단 입자의 크기가 ‘나노’가 아닌 것이 산호에게 피해가 덜하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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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차단제는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이나 산화아연(Zinc Oxide) 같은 광물질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들은 피부 표면에 하얀 보호막을 형성하여 자외선이 피부에 직접 닿지 못하게 하고 자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바른 즉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물리적 차단제도 햇빛을 받으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져 피부세포나 산호에게 손상을 줄 수도 있지만, 화학적 차단제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셈이다. 또한 자외선 차단 입자의 크기가 ‘나노’가 아닌 것이 좋은데, 입자가 나노 크기로 작으면 산호 몸 안으로 흡수되기 쉬워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다.

생태계에 해를 주는 자외선 차단제를 규제하는 조처는 이미 세계 각지에서 조금씩 시행되고 있다. 일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는 모든 종류의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의 국가에서는 중요한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의 출입을 아예 금지하는 곳도 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은 하와이와 버진아일랜드, 플로리다 남부 등지의 휴양객들에게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이 주성분인 자외선 차단제를 이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멕시코의 일부 해양과 육상 자연보전지역에서는 옥시벤존을 포함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몇몇 여행업체들도 고객들에게 생분해성 자외선 차단제만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어디에 가더라도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모자와 긴소매 옷 등은 화학물질 사용의 부작용을 줄이며 산호도 보호하고 우리 피부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마용운 객원기자·굿어스 대표 ecoli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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