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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트럼프 옆의 볼턴, 藥인가 毒인가…세기의 담판에 '볼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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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강경발언속 폼페이오와 '톤' 차이…개인소신? 역할분담?

北, 트럼프-볼턴 '간극' 노려…트럼프, 대북 방향설정 주목

"트럼프는 노벨상 원하고, 볼턴은 북핵협상 역사 잘 알아"

연합뉴스

볼턴 "북미회담 목적은 검증가능·불가역적 비핵화…후퇴없다"
(워싱턴DC AFP=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리비아식 해법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새로운 게 전혀 없다(nothing new)"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대북 정책을 지휘하는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던 지난 2003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비판했다가 북한으로부터 '흡혈귀', '인간쓰레기' 등의 원색적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지난 9일 백악관의 각의에서 볼턴(오른쪽)이 트럼프 대통령 뒤에 앉아 있는 모습. bull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볼턴이 북미 정상회담의 잠재적 철거공(wrecking ball·건물을 부술 때 사용하는 크고 무거운 쇠 공)으로 떠오르고 있다"(블룸버그 통신)

역사적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 기싸움이 가열되는 흐름 속에서 워싱턴 외교가의 시선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향하고 있다.

대화의 상대방인 북한이 '슈퍼 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을 협상의 걸림돌이라고 콕 찍어 거론하면서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보이콧'할 수 있다고 경고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세기의 담판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부상한 '볼턴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볼턴 보좌관이 주창해온 대북 강경 협상노선을 따라가느냐, 아니면 한발 물러서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가 회담의 성공 여부와 북미관계의 진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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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 AFP=연합뉴스) 지난 4월9일 백악관의 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볼턴(오른쪽)이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bulls@yna.co.kr



외교가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6일 발표한 담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분리 대응'한 대목이다. 일방적인 핵포기만 강요한다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재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개인을 비난하지는 않고 대신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로 지칭하며 맹비난한 것이다.

로라 로젠버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은 17일 트위터에 "북한의 속셈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보고 이를 노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북미정상회담에 열의를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대북 강경론을 견지하는 볼턴 보좌관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의 이론가였던 볼턴 보좌관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 선제 타격론 등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냈던 인물이다. 지난달 트럼프 정부에 합류한 그는 취임 후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일괄타결식 해법'인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나 외교가가 보다 중요하게 관찰하고 있는 대목은 볼턴 보좌관의 잇따른 강경발언이 개인적 소신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백악관 내부에서 치밀한 조율을 거쳐 나온 것인지이다.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다른 톤의 대북 메시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괄타결식 '리비아 모델'을 강조하는 볼턴 보좌관과 달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폐기에 동의한다면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식의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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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北 리비아모델·회담재고 엄포에 "새로운 게 전혀 없다"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북한이 자신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리비아식 해법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새로운 게 전혀 없다(nothing new)"고 지적했다. 백악관의 대북 정책을 지휘하는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담당 차관이던 지난 2003년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비판했다가 북한으로부터 '흡혈귀', '인간쓰레기' 등의 원색적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회동에 볼턴(오른쪽)이 세라 샌더스 대변인과 나란히 배석한 모습. bulls@yna.co.kr



만일 볼턴 보좌관이 폼페이오 장관과 일정한 역할분담을 하고 스스로 악역을 자처한 것이라면, 미국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들고 북한과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소식통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부 안에서 두 사람이 표면적으로 역할 분담을 하는 수준을 벗어나, 실제로 견해 차이가 불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볼턴 보좌관의 연이은 강경발언이 다가오는 북미정상회담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과 함께 앞으로의 대북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대두하고 있다.

조 시린시온 플라우쉐어펀드(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 사무총장은 블룸버그 통신에 "볼턴이 잘 돌아가는 북한과의 외교를 망가뜨렸다"고 비판했다.

미국군축협회(ACA) 킹스턴 리프 군축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상을 원하고 있고, 그의 안보보좌관은 그가 덫에 빠졌다고 생각한다"고 트윗했다.

그는 특히 "볼턴은 틀림없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봐,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라고 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핵협상의 역사를 꿰고 있고 북한과 남다른 '악연'을 맺었던 볼턴 보좌관과 달리, 최종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일 것"이란 말로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내심 노벨평화상 수상도 꿈꿨다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과거 북핵협상에 참여했던 전 정부 관료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협상의) 전체 역사를 모른다"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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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아는 것 많고 복잡한 논의에도 능해"
(평양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일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lcs@yna.co.kr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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