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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에이 요~ 당신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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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넓은 들판에서 흙을 파는 부처님들, 우렁찬 공장에서 땀 흘리는 부처님들, 고요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천지는 한 뿌리요, 만물은 한 몸이라. 일체가 부처님이요, 부처님이 일체이니 모두가 평등하며 낱낱이 장엄합니다.” 암울했던 1986년 부처님오신날 경남 합천군 가야산에서 울린 성철 스님의 법어 중 한 구절이다.

며칠 전 성철 스님의 법문 ‘당신의 생일입니다’를 신나는 대중음악풍의 경쾌한 랩으로 들었다. “예~ 요~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오늘은 당신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아하~//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부처님들~/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예~ 요~/…”

재소자, 술집 여인, 농부, 노동자, 학생, 교회에 다니는 부처님 등 세상 모든 이에게 다가가고자 한 성철 스님의 크디큰 마음이 젊은 층의 정서와 잘 어우러져 즐겁게 와닿는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흥겹게 따라 부르다 보니 절로 합장(合掌)하게 된다.

22일은 올해 처음으로 맞는 ‘부처님오신날’이다. “음력 4월 8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지 40년이 넘었는데, 무슨 말이지?” 하고 의아해하는 이가 많겠다. 공식 명칭의 문제다. 정부가 1975년 ‘석가가 세상에 오신 뜻’을 경축해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날은 ‘석가탄신일’. 석탄일(釋誕日), 불탄일(佛誕日), ‘초팔일(初八日)’에서 음이 변한 초파일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불교계에선 이미 수년 전 이날을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부처님오신날’이 한글화 추세에 어울리며 ‘석가(釋迦)’는 ‘샤카’라는 고대 인도의 특정 민족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어서 부처님을 지칭하기에 맞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자어에 기반한 명칭들이 하나같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니 친근한 우리말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가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결국 지난해 10월 조계종 등 불교계의 지속적인 요청에 의해 석가탄신일이 부처님오신날로 변경되었으니, 공식적인 부처님오신날은 올해가 처음인 셈이다.

부처님오신날의 띄어쓰기가 궁금하다. 한글맞춤법 규정상 ‘문장에서 각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두 단어 이상으로 이뤄진 고유명사는 ‘부처님 오신 날’처럼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전체가 하나의 단어처럼 기능하는 고유명사의 특성상 띄어쓰기, 한글맞춤법, 외래어표기법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인정해 준다. 그러니 불교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부처님오신날로 붙여 쓰는 게 좋다. 최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평화의집’은 물론 ‘예술의전당’, ‘헌혈의집’ 등을 붙여 쓰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처님오신날로 인해 벌써부터 설렌다는 이가 여럿이다. 불교 신자이든 아니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공휴일(公休日)은 한자 뜻 그대로 공적으로 쉬는 날. 편안하게 쉬면서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면 된다. 그러니 가까운 절을 찾아 연등을 달든,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며 보내든 개인의 자유다.

대한항공 등 재벌가의 한심한 갑질 행태, 국회의원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진흙탕 싸움’에 구역질이 나진 않으신지? 그렇다면 콧바람도 쐴 겸 고요한 산사를 찾아 마음에 작은 등불 하나를 켜는 건 어떨까. 혼탁한 세상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야말로 부처님오신날의 참의미가 아닌가 싶다.

[이투데이/노경아 기자( jsjysh@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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