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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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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눈부시다. 다채로운 봄의 향연으로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싱그러운 빛을 선물하고, 바람 사이 간간이 멀지 않아 찾아올 여름향기를 전한다. 신록에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계절이어서일까. 새해가 된 후 줄곧 앞만 보며 달려온 길에 대한 쉬어감에서일까. 5월에는 그동안 일상 속에 그 소중함을 잊고 있던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날들이 유난히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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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픽사베이 ©Laris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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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결혼식과 새처럼 재잘대는 아이들의 활기 넘치는 수학여행 등 많은 학교 행사 속에 설렘 가득한 5월. 특별한 날로 지정되어 다소 형식적이고 부담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가족과 스승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기념일 속에서 ‘관계의 무게’를 생각해 본다.

‘잊지 못할 책읽기 수업’에서 저자 양즈랑은 자신의 제자들을 각각의 이야기책으로 비유한다.

“어떤 책은 눈도 마음도 즐겁고, 어떤 책은 놀라운 일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며, 어떤 책은 가슴속 깊이 감동을 주고, 어떤 책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학생이라는 책 한 권을 이처럼 깊이 읽고 음미해야 함을 피력한다.

그는 그것을 위해 먼저 책장을 펼치고 다가가서 사랑으로 공감하고자 하는데, 이처럼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삶의 커다란 축복이다. 책으로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어 준 타이완의 한 시골 선생님을 보니 학창 시절 선생님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른 아침 남모르게 선생님의 책상 위에 꽃을 가져다 놓고 그 미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던 시절. 그 때는 선생님의 작은 말 한 마디에 어깨가 펴지고 온종일 싱글벙글하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살아가며 문득 떠오르는 선생님의 말이 있다. 이 작은 격려와 칭찬의 말 한마디는 마음속에 조그마한 씨앗으로 남아 꽃으로 피어나기도 한다. 너는 무엇을 참 잘한다는 말, 네가 해낼 줄 알았다는 말들은 어려움 속에서 힘이 되기도 하고 자신만의 일을 갖게 된 길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가족과의 관계는 공기처럼 무디게 느껴지지만 실상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그 어떤 것보다 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가슴 속에 깊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자존감을 바닥까지 끌어내려 남보다 못한 거리감으로 평생 살아가게도 한다.

나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묶인 공동체의 끈은 때로는 끊어내고 싶을 만큼 삶을 옥죄이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를 조건 없이 지켜주고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도 그것이다.

우리는 가족 한 사람에게만 그 울타리 안의 짐을 모조리 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를 향한 고마움이 일상이 되어 그가 지쳐 벽을 만들기 전에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선물을 주고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5월에는 나의 인생에 묵묵한 힘이 되어주는 눈부신 사람들에게 마음을 담은 손을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유재은 작가/글쓰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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