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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의 ‘판흔들기’에 의연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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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에 갑자기 불연속선이 쳐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래 유화적 입장을 취하던 북한의 태도 돌변 탓이다. 북한은 어제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키고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남한 길들이기’ 차원을 넘어 미국 주도의 비핵화 협상국면에 대한 ‘판흔들기’ 의도다. 북한이 상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꺼내는 전형적인 국면 전환책이다.

무엇보다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하겠다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담화는 뜻밖이다. 북한이 지난 3월 우리 대북특사단 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직접 제의한 후 미국과 북한이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해 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 사이 평양을 두 차례나 방문했고 북한이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명 석방으로 화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어깃장은 리비아식 비핵화, 핵·미사일·생화학무기 완전 폐기, 인권개선 등을 요구하는 미국에 딴죽을 걸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 부상이 “대화 상대방을 자극하는 망발”이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도 그래서일 게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두 차례의 만남을 통해 중국이란 지원 카드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어제 새벽 0시 30분 통지문을 보내 고위급회담을 일방 연기한 것부터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나 명분이 전혀 없는 생떼다. 북한이 거론한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는 이미 지난주 시작된 연례 훈련으로 김 위원장도 양해한 사안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난 14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를 ‘천하의 인간쓰레기’로 매도하며 우리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한 것도 고약하다. 다양한 의사 표출이 얼마든지 가능한 대한민국 국민에게 ‘최고 존엄’을 강요하는 오만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김 부상이 “트럼프 행정부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북한도 판을 완전히 깨기보다 속도조절을 통해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일 가능성이 크다. 이참에 북한의 ‘남한 길들이기’에 확실히 제동을 걸고 한·미 공조를 더욱 굳게 다지는 의연한 대응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