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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IF] 범죄자의 '유전자 페이스오프'… 수사망 빠져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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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2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 최근 경찰의 DNA 수사망에 걸려 42년 만에 검거됐다〈본지 5월 3일 자 B8면 기사 참조〉. 그러자 해외 언론들은 영화 '페이스오프'에서 범죄자가 얼굴을 바꾼 것처럼 범인이 스스로 DNA 정보를 바꿔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연 'DNA판 페이스오프'는 가능할까.

조선비즈

인터넷에서 살 수 있는 DIY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실험 세트. /Odin



세계적인 생명과학자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지난 5일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DNA 정보를 바꾸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며 "줄기세포 이식을 하면 아예 새로운 신분을 얻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처치 교수가 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 가닥을 원하는 위치에서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이론적으로는 유전자 가위로 신원 확인용 DNA를 잘라내 바꿔치기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는 159달러짜리 개인용 유전자 가위 실험 세트도 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질병 유전자를 교정할 때는 특정 환부(患部)에만 유전자 가위를 적용한다. 반면 수사망을 피하려면 몸 전체에 유전자 가위를 대야 한다. 경찰이 혈액 DNA를 대조할지, 피부나 침의 DNA를 대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수정란 단계가 아니라면 온몸의 DNA를 모두 유전자 가위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던디대 법과학 연구소의 알렉산더 그레이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범죄 현장에 정액을 남긴 강간범이 DNA 수사망을 피하려면 아예 생식계통 전체의 DNA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이식은 몸 전체의 DNA를 바꿀 수 있다. 백혈병 환자는 골수에서 병든 혈액줄기세포를 모두 죽이고 건강한 골수세포를 이식받는데, 이때 골수 기증자의 유전자가 환자의 다양한 조직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호주 퀸즐랜드대 케이틀린 커티스 박사는 공공 뉴스 사이트인 '더 컨버세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DNA 수사망을 벗어나려고 멀쩡한 골수 조직을 죽이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처치 교수는 이론적인 가능성을 말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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