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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뉴스 TALK] 북한이 3200조원 노다지 광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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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광물자원 매장량의 잠재 가치는 3200조원에 달합니다."

작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이 밝힌 내용입니다. 광물자원공사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천문학적 액수를 제시한 덕에 당시 반짝 흥미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반향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이다 보니 '그림의 떡'이란 생각이 컸던 탓일 겁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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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남북경협이 일확천금의 기회'란 분위기가 커진 겁니다. 3200조원은 작년 한국 GDP(국내총생산·약 1조5000억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거액입니다. 이걸 믿는 순간 북한은 '21세기판 엘도라도(황금의 땅)'로 보일 겁니다. 정부·여당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광물자원공사를 광해관리공단과 통합해 만들어지는 '한국광업공단'(가칭)에 북한 광물자원 개발 지원협력사업을 명시하는 법안을 준비 중입니다.

주식 시장도 들썩였습니다. 15일 광물 개발 관련 업종이란 이유만으로 하나니켈2호·티플랙스 등 '북한 광물' 테마주는 30% 가까이 폭등했다가, 다음 날 북한고위급 회담 연기 소식에 8% 이상 급락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3200조원은 북한 발표 자료에 국제시세를 곱한 숫자일 뿐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6일 "3200조원은 너무 부풀려졌다"며 "북한 발표가 맞는지, 광물 생산비용이 너무 비싸서 경제성이 있는지 등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밋빛 전망에 기대는 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설령 북한 발표가 100% 맞다 해도 자원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막대한 돈을 들여 자원 개발에 성공한 뒤 북한이 국유화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거 자원 개발 공기업들은 체제 리스크가 없는 캐나다·호주에서도 국제시세 급락이나 철저한 준비 부족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북경협이 잘되는 건 북한 주민들과 우리 경제를 위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의 막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자원개발사업인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접근했으면 합니다.

최현묵 기자(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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