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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밖에 모르던 내게, 링 밖은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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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시안게임 2연패 도전 신종훈

복싱연습만 기다리던 14살 소년

인천아시안게임서 금 따냈지만

국제복싱협회 강제 프로계약 탓

자격정지 징계…방황의 시간 겪어

“제발 다시 링 오르기만 기도했죠”

‘10년째 라이트플라이급’ 자기관리

“제2 전성기는 지금” 금빛 펀치 기대



한겨레

한국 복싱 라이트플라이급의 신종훈이 11일 인천시청 복싱체육관에서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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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릴 때마다 신종훈(29·인천시청)은 침체된 한국 복싱의 희망이었다.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 이하)에서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4년 인천에서는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겼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어처구니없게도 ‘억울한 징계’였다. 이 때문에 2016 리우올림픽 출전도 좌절됐다. 그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태극마크를 되찾았고, 오는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신종훈을 지난 11일 인천시청 복싱체육관에서 만났다.

■14살 소년이 만난 4각의 링 운동이 좋았다. 초등학교 때 체육시간만 기다렸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03년 5월, 친구들과 어울려 동네 복싱체육관을 찾았다. 어설프게 링에 올랐다가 실컷 두들겨 맞았다. 오기가 생겼다. 틈만 나면 체육관에 가서 샌드백을 두들겼다. 친구들은 하나둘 체육관을 떠났지만 그는 끝까지 남았다. “관장님이 5번이나 우리 집에 찾아오셨어요. 어머니는 ‘외아들을 운동시킬 수 없다’며 반대했죠.” 아버지가 물었다. “복싱할래? 공부할래?”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복싱할래요.”

본격적인 선수의 길은 험난했다. 고향 경북 구미를 떠나 경산의 경북체중으로 전학했다. 집에선 손도 까딱 않던 소년에게 기숙사 생활은 힘겨웠다. 청소, 빨래는 기본이었고, 고등학교 선배들의 구타도 두려웠다. 체중 감량은 고통이었다. 당시 40㎏이었는데 2㎏을 더 빼야 했다. 뜨거운 목욕탕 속에 들어갔다가 너무 뜨거워 일어나면 바가지로 머리를 맞았다.

■짧은 영광 긴 시련 고생 끝에 낙이 왔다. 경북체고 1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2, 3학년을 잇따라 꺾고 은메달을 따냈다. 성인무대에선 태극마크를 달고 승승장구했다. 런던올림픽 1년 전인 2011년 세계선수권 은메달과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을 거푸 따내며 한국 복싱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소속팀을 인천시청으로 옮긴 뒤 ‘롤모델’ 김원찬 감독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2014년 홈그라운드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복싱인생의 절정이었다. 2년 뒤 리우올림픽 메달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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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났다. 국제복싱협회(AIBA)가 복싱의 인기 부활을 노리고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추진한 프로리그 계약서에 강제로 사인했다. “외국에서 시합중이었는데, 마음에 안 들면 한국에 돌아가서 계약서를 찢어도 좋다는 말에 속았죠.” 그런데 국제복싱협회는 프로 선수인 그가 아마추어 대회인 전국체전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2014년 말, 1년 6월의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죠. 날마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로 지새웠고, 제발 링에 다시 오를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죠.”

■자카르타 넘어 도쿄까지 마침내 징계가 풀렸다. 그리고 올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대표팀 나동길 감독과의 호흡도 잘 맞는다. 만약 자카르타에서 금빛 펀치를 날린다면 한국 복싱 사상 무려 32년 만의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다.

신종훈은 10년째 라이트플라이급이다. 경량급 선수치곤 키(168㎝)도 작지 않다. 성인 남성이 10년 동안 몸무게 49㎏을 유지하기 위해선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 따른다. “라이트플라이급에 대한 자부심” 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세계적인 강자들이 모두 출전하는 러시아 국제복싱대회(5월16~20일)에 나섰다. 징계 탓에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4년 만에 참가하는 국제대회다. 그는 “너무 오랜만이라 링이 낯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노련미도 생겼다. 내 인생 제2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인천/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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