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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자궁경부암 백신시장 커지는데…국내 제약사는 ‘군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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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땐 90% 이상 예방 가능

2016년부터 만12세 여아 무료 접종

성접촉 감염에 남성 접종도 증가세

글로벌 제약사 2종 독점 공급 현실

SK케미칼 임상 진행 ‘개발 초기단계’

업계 “정부-업체 함께 개발 협력 필요”


국내에서 한해 5만명 이상이 진료를 받고 매년 900명 이상이 사망에 이르는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90% 이상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암이다. 이에 정부는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자궁경부암 백신을 포함시키고 만12세 여아를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사용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아직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은 다국적제약사가 점유하는 분야다. 국내제약사는 아직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성장세인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에서 국내사의 발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백신 통해 예방가능한 자궁경부암 =매년 5월 셋째 주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정한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이다. 자궁경부암은 자궁과 질을 연결하는 경부라는 부위에 악성종양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HPV는 자궁경부암 뿐만 아니라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의 원인이 된다.

HPV의 주요 감염 경로는 성접촉이다. 성접촉시 남성 또는 여성이 HPV에 노출돼 있을 때 감염이 된다. 특히 여성들의 성생활 연령이 예전에 비해 낮아지면서 HPV 감염 유병률은 18~29세에 50%로 가장 높다. 이에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15~44세 여성에서 발생하는 여성암 중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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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국내에서 5만5000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중 매년 900명 정도가 사망하고 있다.

다행히 자궁경부암은 백신을 통해 90%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시키고 해당 연도에 만12세 여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만 12세 여성의 경우 2회 접종만으로 성인의 3회 접종과 유사한 면역원성을 가지게 된다. 첫 성경험 전 백신을 맞으면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을 90% 이상 막을 수 있다.

주원덕 분당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HPV는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성경험 이전에 접종하는 것이 예방에 최적의 효과를 나타낸다”며 “특히 면역 반응이 높은 만 9~13세에 접종할 것을 가장 권고한다”고 말했다.

▶남자도 맞아야 하는 자궁경부암 백신 =백신 접종으로 높은 예방률을 보이지만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은 다른 필수접종 백신에 비해 접종률이 낮은 편이다. 대부분의 필수예방 백신 접종률이 90%인 것과 달리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은 60~70%에 불과하다.

이는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 우려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일본에서는 한 의대 교수가 논문을 통해 쥐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했더니 운동 기능과 뇌 손상이 유발됐다며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위험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실험 당시 일반 접종량보다 많은 양의 백신이 투여돼 일어난 부작용이기에 이를 실제 백신 접종으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괴담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실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사업 실시 후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한 이상반응은 0.0008%에 불과했다. 경미한 증상이 대부분이었고 심각한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 하나 자궁경부암 백신은 여성만 맞아서는 안된다. 주로 성접촉이 감염 원인이기 때문에 파트너인 남성도 맞는 것이 필요하다. HPV는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등을 일으키지만 남성에게는 생식기 사마귀(콘딜로마)나 항문암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 생식기 사마귀 환자 절반 정도가 20~30대 남성이라고 알려졌다.

주 교수는 “남성의 HPV 감염은 관계를 통해 상대 여성에게 전파돼 여성의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등 심각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HPV 예방은 남성에게도 꼭 필요하다”며 “남녀가 함께 접종하였을 때 HPV 감염률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은 여성 뿐 아니라 만 9~26세 남성도 접종이 가능하다. 아직 국내에선 남성은 필수접종 대상에 속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캐나다, 호주, 스위스 등에서는 남성에게도 무료로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현재는 다국적사 2개 제품 뿐…국내사는 아직 걸음마 단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되면서 매년 접종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자궁경부암 백신 공급에서 국내사는 구경만 하고 있다.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은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 2종 뿐이다.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이 되는 HPV 16, 18형에 대한 예방효과를 보인다. 가다실의 경우 16, 18형에 6, 11형까지 더해 생식기 사마귀까지 예방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다실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가다실9의 경우엔 HPV 6, 11, 16, 18, 31, 33, 45, 52, 58형에 의해 일어나는 모든 질환을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사 중에는 SK케미칼이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SK케미칼은 현재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반면 GC녹십자의 경우 현재까지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녹십자 관계자는 “아직은 기초 백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자궁경부암 백신은 아직 고려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백신을 하나 개발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고려할 것이 많은데 아직 그런 면에서 자궁경부암 백신 개발에 쉽게 뛰어들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백신 개발이기에 시장성을 볼 수 밖에 없다. 개발이 되더라도 기존 백신을 넘어서는 장점 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개발에 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백신 시장도 다른 의약품처럼 이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데 이미 나와있는 글로벌제약사의 백신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선뜻 개발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백신주권이라는 말이 있듯이 백신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부와 제약사가 함께 개발에 나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인규 기자/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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