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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리뷰]대화가 서툰 아버지와 아들의 GOTY 등산 일기. 갓 오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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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리즈의 후속작은 언제나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앞서기 마련이다. 나올 때마다 결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멋진 모습을 보였으며, 이야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고 아름다운 은퇴를 했던 게임이 다시 부활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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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PS2 시절부터 시작해 2010년 PS3로 등장한 갓오브워3로 완벽한 마무리의 정석을 보였던 갓오브워가 PS4로 부활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딱 그 심정이었다. 매 작품마다 하드웨어의 성능을 100% 이상 끌어올린 화려한 그래픽, 그리고 어떤 게임의 주인공과 비교해도 돋보이는 카리스마를 가진 크레토스의 박력 넘치는 액션을 선보인 갓오브워 시리즈는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기기 를 가진 게이머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하지만, 크레토스가 3편에서 제우스를 비롯해 올림푸스의 모든 신들을 처단해버리면서 화려한 복수극을 마무리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2013년에 프리퀄 개념으로 등장했던 갓오브워 어센션이 혹평을 받은 것은 버그나 시스템적인 한계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이미 모든 결말을 알아버린 복수극의 이전 이야기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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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이전 이야기를 끝내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갓오브워는 더 이상 아무도 살지 않은 공간으로 변한 올림푸스 산을 벗어나 북유럽으로 무대를 옮겼다. 물론, 그리스에 있는 모든 신을 죽였으니 다른 세계의 신을 죽이러 떠나는 크레토스의 북유럽 도장 깨기 스토리는 아니다. 주인공은 여전히 크레토스이지만, 혼자서 그리스 신들을 썰고 다니던 그 시절의 모습이 아니라 나이가 들고 아이까지 딸린 아버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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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을 썰고 다니느라 굉장히 바빴을 텐데 언제 연애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돌아온 크레토스와의 첫 만남은 아내의 유해를 화장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나무를 베러 가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내의 유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서 자신의 유해를 뿌려 달라는 것. 유언을 지키기 위해 가장 높은 산에 올라야 하는 크레토스와 아들의 등산일기가 이번 작품의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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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았으면 그냥 앞을 뭐가 가로막던지 다 썰어버리고 돌파하면 그만이었겠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예전 같지 않고, 옆에는 사냥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까지 딸려 있으니 그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다. 게다가 친숙한 그리스가 아니라 생판 모르는 동네이며, 옆 동네 신들에게 무슨 얘기라도 들었는지 사사건건 방해하는 북유럽 신들 때문에, 간단한 등산이 생각보다 복잡한 일로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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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을 죽이러 다니던 크레토스의 과거를 이미 경험한 사람들에게 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줬으니 스토리가 다소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 섬세한 감정 표현과 스토리 전개에 감탄하게 된다. 예전 시리즈들은 “그리스 신이 있었지만, 이제는 없습니다” 수준의 스토리였지만, 대화에 재주가 없는 아버지와 반항기에 접어든 아들이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개발진들이 드디어 GOTY로 가는 마지막 열쇠를 찾아낸 듯한 느낌이다(이 시리즈의 명성을 생각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GOTY를 수상하지 못했다). 특히 엔딩 이후 밝혀지는 여러가지 비밀들, 특히 집으로 돌아갔을 때 보게 되는 장면들을 통해 다음 후속작을 예고하는 세련된 모습을 보면 저절로 마블 영화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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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토스 혼자 쥐불놀이를 하던 과거와 달리 아들과 함께 다녀야 하기 때문에 전투 스타일도 많이 변경됐다. 주무기가 도끼로 바뀌면서 시점이 숄더뷰 스타일로 변경돼 TPS에 가까운 느낌의 근접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할 것 같았던 아들도 무기를 업그레이드시켜주면 예상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게다가 이방인인 만큼 북유럽 신들에게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크레토스와 달리 퍼즐의 단서가 되는 문자들을 읽을 수 있어 실질적인 안내자 역할도 한다. 이 정도 능력을 가진 아들이라면 현실에서도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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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토스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개념의 혼돈의 블레이드가 초반에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후반부로 가면 멋진 연출과 함께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얼음 속성의 도끼와 화염 속성의 도끼를 적의 속성에 따라 바꿔가며 플레이해야 적들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으며, 중간 중간 나오는 퍼즐의 경우에는 도끼를 던져 얼리거나, 혼돈의 블레이드로 태우는 등 특정 무기를 사용해야만 풀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쥐불놀이 하나로도 엔딩을 볼 수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게임 플레이가 좀 더 입체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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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상 일자 진행이었던 전작들과 달리 오픈 월드를 도입했다. 물론 정해진 포인트가 아니면 얕은 둔턱도 못 올라가는 반쪽짜리 오픈월드이긴 하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퍼즐을 풀고 자원을 습득해서 크레토스와 아들의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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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갈 수 있는 지역은 미드가르드, 무스펠하임, 니플헤임, 헬헤임, 요툰하임, 알브헤임이 있으며, 후속작을 염두해두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아스가르드와 바나헤임, 스바르트알파헤임은 아직 막혀서 갈 수 없다. 니플헤임이나 무스펠하임은 메인 스토리와 상관없기 때문에 안가도 되긴 하지만, 이 게임의 진정한 엔딩이라고 할 수 있는 발키리 해방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지역을 가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플레이 타임이 꽤 된다. 솔직히 이전 작품들을 생각하며 오래 안 걸릴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리뷰를 맡았지만, 생각보다 긴 플레이 타임과 욕이 나오는 발키리의 전투 난이도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재우고 다음날 출근을 걱정하면서 한 밤중에 잠깐씩 플레이해야 하는 애 아빠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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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했던 마무리를 뒤로 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게임이니 기대만큼이나 걱정이 앞섰지만, 엔딩까지 깔끔한 스토리 전개와 후속작을 위한 떡밥, 그리고 엔딩 이후의 파고들기 요소까지 완벽하게 짜인 결과물을 보고 있으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니플헤임 안개 노가다와 다음 작품에는 제발 삭제해줬으면 하는 종소리 퍼즐 등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세계관과 새로운 전투 등 모든 부분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진 결과물이 나왔다는 것에서 감탄을 하게 된다. 다른 대작들도 있으니 연말에 GOTY를 받을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설령 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어 보인다. GOTY 결과와 상관없이 전세계 게이머들이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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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게임동아 김남규 기자 <rain@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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